친인척을 ‘유령 직원’으로 등록해 부산시교육청 보조금을 수령한 부산지역 한 위탁형 교육기관 교장(국제신문 2023년 8월 15일 자 8면 보도)이 의혹 제기 2년 만에 실형에 처해졌다.

자료사진. 국제신문 DB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12단독 지현경 판사는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된 교장 A(60대) 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A 씨는 실제 학교에서 일하지 않는 친인척 2명을 허위 교사로 등록해 강사료 등 시교육청 보조금을 타낸 뒤 자신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2017년 8월부터 2023년 6월까지 288회에 걸쳐 약 2억8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또 이 학교 학생과 교직원의 급식비 약 3776만 원을 빼돌린 혐의도 있다.

이 학교는 일반 고교에서 정상 학교생활이 어려운 학생을 학교장 추천으로 위탁받아 교육한다. 2003년 시교육청 위탁교육기관으로 지정받아 이듬해 3월 개교했다. 시교육청으로부터 매년 인건비나 교육활동 운영비, 교육기자재 지원비와 같은 필요 경비와 재정지원(민간위탁금)을 받는다. 각 지원금은 다른 용도로 쓰일 수 없다.

그런데도 A 씨는 자신의 매제와 며느리가 이 학교에서 교사로 일한 것처럼 꾸미곤 보조금을 타냈다. 이 돈은 A 씨와 그의 부인과 매제, 며느리가 생활비나 명절 휴가비 등으로 쓰였다. 교직원 급식비 또한 빼돌려 자신의 생활비로 삼았다. 학생 급식비에서 빼돌린 돈은 교사의 4대 보험료나 급여, 밀린 퇴직연금을 지급하는 데 넣었다.

A 씨는 교감과 짜고 필요한 지원금 규모를 부풀리기도 했다. 허위로 강의시수를 조정해 강사료를 부풀리거나, 근속수당과 같은 허위 항목을 편성해 수당을 지급받게 만드는 식이었다. 상근 교사가 실제로 수업하지 않는 대안교과 프로그램을 편성하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교사 7명에게 실제 급여보다 부풀려 급여를 지급하곤 그 차액을 되돌려 받았다. 이렇게 빼돌린 돈은 3억5000만여 원에 달했다.

지 판사는 “약 6년간 횡령금액이 6억 7000만 원에 이르고, 그 중 상당 부분을 피고인의 개인적인 용도로 소비했다. 비록 피고인이 이 사건 이전인 2016년경까지 대안교육 위탁교육기관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충분치 않아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더라도, 그것만으로 범죄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수사단계에서 시교육청에 부정이익 등 반환금으로 약 1억 9800만 원을 지급한 점, 피해 교사들에게 횡령한 교직원 급식비 상당액을 지급해 피해를 회복한 점, 본인 소유의 부동산을 제공해 위탁교육기관을 개설하고 오랜 기간 운영하여 온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 씨 사건은 2023년 3월 이 학교에 재직 중이던 교사에 의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처음 접수된 뒤 같은 해 6월 시교육청으로 이첩돼 감사가 벌어지면서 실체가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