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片雲何意日邊遮·편운하의일변차

역참 누대 남쪽 밭두렁에 수레 대놓고(驛樓南畔駐征車·역루남반주정차) / 수심 너머 청산에 돌길이 굽어 있네.(愁外靑山石路斜·수외청산석로사) / 잠시 짧은 지팡이 의지해 말없이 서 있는데(暫依短筇無語立·잠의단공무어립) / 조각구름 무슨 뜻으로 태양 주변 가리나?(片雲何意日邊遮·편운하의일변차)

위 시는 수촌(水村) 오시수(吳始壽·1632~1681)의 ‘초원역에서’(草原驛·초원역)로, 그의 문집인 ‘수촌집(水村集)’ 권 2에 수록돼 있다. 유배객의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면 그는 무슨 일로 유배를 가게 되었을까? 오시수는 숙종 초 남인의 영수로 우의정을 지냈다. 오시수가 활동한 때는 효종에서 숙종조로 남인(南人)과 서인(西人)의 당쟁이 격화되던 시기다. 1680년(숙종 6) 3월 서인이 반대파인 남인을 몰아내고 권력을 잡은 경신환국이 일어났다. 한 해 전인 1679년 허적(許積)의 아들 허견(許堅)이 의금부에 잡혀 들어왔을 때 그를 풀어준 일이 문제가 되어 오시수는 함경도 삼수로 유배됐다.

위 시는 삼수로 유배 가면서 함경남도 정평의 초원역에서 읊은 작품이다. 첫째 구를 보면 그는 막 초원역에 도착했음을 알 수 있다. 역참 누대의 남쪽 밭두렁에 수레를 대고 자신이 온 길을 바라본다. 수심 너머 청산에 돌길이 굽이 보인다고 하며 지나온 풍경을 요약한다. 그의 심경은 얼마나 막막했을까? 요즘 말로 하자면 정치보복을 당한 것이다. 더군다나 당시 삼수로 유배 가면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다는 말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첫 구와 둘째 구에서는 자신이 마주한 풍경을 시로 옮겼고, 넷째 구에서는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셋째 구와 넷째 구에서 심경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자신이 보는 경물을 가지고 표현하고 있다. 결론은 넷째 구이다. 조각구름이 태양 주변을 가리고 있다는 표현은 임금 주변에서 임금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무리(?)로 묘사한 것이다.

며칠 전 필자의 벗인 한 시인과 조선시대 유배 문학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 중에 벗은 남해 유배 문학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야기를 듣던 중에 필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오시수의 유배 시가 떠올랐다. 그는 유배 이듬해 결국 사사(賜死)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