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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94> 기호학파 학맥 계승한 전우의 ‘간재집’ 분언

내가 무실(務實) 공부를 폐하겠는가?(吾亦廢夫務實之功乎?·오역폐부무실지공호?)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2-08-07 18:57:40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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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학하는 사람은 한결같이 또한 가도와 남우의 폐단이 있다. 그러나 그 틈새에 또한 도리어 진실 된 것이 있으니, 어찌 가히 저들의 명예를 좋아함으로 인해 내가 또한 무실(務實) 공부를 폐하겠는가? 옛날에 추남고가 ‘중용’을 해석하여 말하기를 “무엇을 ‘행괴(行怪)’라고 하는가? 요즘 요(堯)임금의 옷을 입고, 이천(伊川)의 관을 쓰는 종류이다”고 하였다.

講學人固亦有假塗濫竽之弊. 然其閒又卻有眞者, 何可困彼之好名而吾亦廢夫務實之功乎? 昔鄒南皐, 解中庸云: “何以謂之行怪? 今服堯服, 冠伊川冠之類.”(강학인고역유가도남우지폐. 연기한우각유진자, 하가인피지호명이오역폐부무실지공호? 석추남고, 해중용운: “하이위지행괴? 금복요복, 관이천관지류.”)

위 문장은 간재(艮齋) 전우(田愚·1841~1922)의 문집인 ‘간재집’의 분언(㤓言)에 있다. 저들이 명예를 위해 강학을 한다고들 해도, 나는 그런 의심 때문에 강학을 폐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저들은 명예를 위해 강학하지만, 나는 무실(참됨을 위해 힘씀)을 위해 강학하기 때문이다. 내용 중 ‘濫竽’는 재능도 없이 자리만 차지한다는 뜻으로 ‘한비자(韓非子)’ ‘내저설(內儲說)’에 나오는 남곽처사(南郭處士) 이야기가 바탕이다. 추남고(1551~1624)는 명나라 관료 문사이다. ‘行怪’는 ‘중용장구’ 제11장에 나온다. ‘분언’은 전우가 1906년 완성한 것으로, 수필 형식 글이다.

기호학파 학맥을 이은 전우는 전주 출신으로 고려 말 학자 전록생(田祿生)의 후손이다. 21세 때 충청도 아산에서 전재(全齋) 임헌회(任憲晦 ·1811~1876)의 제자가 된 뒤 스승을 따라 거처를 옮겨 학문을 전수받으며, 임헌회 문하 중심인물이 됐다. 호남은 기호학파에 속한 지역으로 19세기 중반부터 많은 학파가 번성했다. 대표적으로 기정진의 노사학파, 전우의 간재학파를 꼽을 수 있다. 얼마 전 기정진의 맥을 잇는 한학자로, 전남 화순군 도남재(道南齋)에서 후학을 양성했던 만취(晩翠) 위계도(魏啓道·1926~1990) 선생에게서 한문을 배웠다는 분을 만났다. 여름 공부를 위해 화개골짜기에 왔다가 목압서사에서 필자와 전우와 기정진을 비롯한 학자·학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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