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은 불법일까? 물론 아니다. 헌법 제33조가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파업을 막연히 불법으로 알고 있다. 뉴스에서 본 파업에는 항상 ‘불법’이란 수식어가 붙어있었던 탓이다.

그럼 사용자가 노동조합 결성을 막으려고 조합 탈퇴를 종용하고 조합원에 불이익을 주는 건 괜찮을까? 의외로 많은 사람이 회사와 노동조합은 적대적 관계이고 사장이 노동조합 결성을 막는 건 당연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아니다. 노동조합 결성을 막거나 조합활동에 관여하는 건 불법이다. 노동조합법은 이런 행위를 ‘부당노동행위’의 범죄로 처벌한다.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다(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90조).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등으로 유명한 에스피씨그룹 허영인 회장이 지난 5일 구속됐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 대한 노동조합 탈퇴를 강요한 혐의다. 검찰은 에스피씨 황재복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회사측 노조를 이용해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소속 제빵기사들의 노조 탈퇴 작업에 관여했고, 허 회장 또한 이 과정에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파업이 불법인 시절이 있었다. 200여년 전 노동법이 없던 때의 일이다. 그 땐 어린이가 탄광 일을 해도, 휴일이나 밤낮도 없이 일을 해도, 임산부에게 유해한 일을 계속 시켜도, 안전장비 없이 위험한 일을 해도 강요된 계약만 아니면 허용됐다. 그 돈 받고 일하려는 사람이 많은데 그들의 일자리를 뺏으면 안된다는 시장논리였다. 그러다 다치거나 병들면 해고됐다. 다친건 안타깝지만 본인 부주의로 다친 것이니 어쩔 수 없다는 거다. 그래도 일하다 다친 사람인데 해고해버리면 죽으라는 것 밖에 더 되는가. 그래서 동료들이 항의했다. 치료비와 최소 생계비는 챙겨주라고. 항의의 의미로 하던 일을 멈췄다.

어떻게 됐을까. 항의한 동료들만 업무방해죄로 처벌되고 손해배상책임을 졌다. 사장의 논리는 이랬다. “내가 억지로 일시켰나. 자발적으로 계약하고 부주의해서 다쳤는데 내가 왜 책임을 지나. 그런데 감히 떼법으로 협박을 해? 감옥에 쳐넣어서 법질서를 세워야지.”

지금은 그 반대다. 어린이의 노동은 부모까지 동의해도 불법이고(근로기준법 제64조), 근로자가 동의해도 주 52시간을 넘어서 일을 시켜서는 안된다(법 제53조). 임산부는 유해한 작업을 시켜서는 안되고(법 제65조),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거나(산업안전보건법)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주는 것은 불법이다(최저임금법). 그리고 파업은 합법이고, 파업을 방해하거나 노동조합에 간섭하는게 불법이다(노동조합법 제43조, 제81조).

그럼에도 여전히 적지 않은 사람이 노동조합은 떼쓰는 집단, 이기적 집단, 폭력적 집단, 불법 집단이란 편견을 갖고 있다. 실상은 그 반대다.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은 노동법이 준수되고, 노동조합이 없는 곳에서는 200년 전 노동법이 없던 시절마냥 불법이 판을 친다. 야근을 해도 수당을 안주고, 연차휴가는 언감생심 퇴직금도 제 때 주지 않는다. 환기장치는 없고 낙하방지도 없다. 임신하면 해고하고 육아휴직을 쓰면 불이익을 준다. 설마 아직도 그런 곳이 있나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노동조합이 없는 수많은 사업장에서 오늘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왜 그럴까? 힘의 균형이 맞지 않아서다. 권력관계가 강한 관계에서 법은 지켜지지 않는다. 언제나 사장은 갑, 노동자는 을 아니던가.

반면 노동조합이 있으면 노동법이 준수된다. 노동자 한 명은 을 중의 을이지만 노동자 단체는 회사와 힘의 균형을 찾을 수 있어서다. 눈치보지 않고 노동법 위반을 신고할 수 있고, 단체교섭과 파업으로 노동법을 준수 시킬 수 있다. 더 나아가 경영진의 배임 등 각종 위법사항까지 감시하는 역할도 한다.

그런 노동조합 조직률이 현 정부 들어 7년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노동조합을 조폭으로 매도하고 천문학적 손해배상청구를 요구하며 노란봉투법은 떼법의 입법화라며 거부권을 행사한 결과다.

50여년전 평화시장에서 근로기준법 화형식을 준비하던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했다. “제정하라”가 아니었다. 그 시절에도 노동법은 있었다. 하지만 준수되지 않았다. 전태일은 거기에 분노했다. 그래서 외쳤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50년이 흘렀지만 전태일의 외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노동현장에 노동법을 준수시키는 법치를 실현하려면 노동조합이 있어야 한다. 노동조합을 와해시키는 행위야말로 헌법에 반하고 법치를 훼손하며 노동권을 200년 전으로 되돌리는 불법 중의 불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