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여 명의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에 반대해 사직서를 내고 수련병원을 떠난 지 한 달이 지났다. 국회의원 선거가 4월 10일로 보름여 남았지만, 국민의 눈과 귀는 온통 의사 파업에 쏠려있다. 아픈 환자는 치료 시기가 늦춰지고 있고, 일부 대학병원의 병상률은 40퍼센트까지 떨어졌다. 의대생마저 동맹 휴학으로 정부의 정책에 맞서고 있고 25일부터는 의대 교수들까지 사직서 제출 의지를 표명했다.

과연 의사가 적어 의대 정원을 2000 명 확대해야 하는 것인가? OECD 국가를 기준으로 인구 비율 대비 가장 높은 병상수(1000명당 5.2병상)를 가지고 있고, 동내 제과점보다 많은 의료기관이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다.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의 장점은 1. 접근성이 좋은 의료 서비스 2.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의료 서비스 가격 3. 세계적인 수준의 의료 기술 및 의료 인력 4.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환자 만족도(78%)를 꼽을 수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1.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외래 진료 및 입원 비율 등 과도한 의료 서비스 2.지역 및 소득에 따른 의료 서비스 접근성 차이 3.진료 및 검사의 긴 대기 시간 4. 특정 의료 분야 인력 부족 등이다.

그럼 이런 단점은 매년 2000명씩 의사만 늘리면 해결되는 문제인가? 의사는 찍어내는 직업이 아니다. 전문의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 11년이다. 1. 의대 졸업 6년 2. 인턴 1년 3. 레지던트 4년 (최대 7년까지 가능)에 군 복무나 연구 활동 등을 하게 되면 전문의까지 걸리는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정부는 ‘소아청소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 필수 의료 문제를 지적하고 의대 증원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의사 수가 아니라 의료 인력의 내부적인 분배 문제를 주장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전공의 지원 현황은 필수과목인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는 줄고 비급여 진료로 쉽게 돈을 벌거나 근무 강도가 비교적 약한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쏠림이 심해지고 있다. 의사가 많아야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필수 의료과에 대한 수가를 개선해 전공의들의 지원율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또하나 기초과학이 살아야 국가가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최고 두뇌들은 대부분이 의대로 진학한다. 여기에 서울대 자연계열 전체 신입생보다 많은 2000명이 의대로 진학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암울하다.

의사 편을 드는 것이 아니다. 강압적 증원보다 정부와 의사 대표들이 만나 좋은 답안을 도출해 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갑자기 늘어나는 의대생을 가르칠 교수들과 부족한 기자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추진하면서 다양한 노력을 통해 부정적 결과를 최소화해야 한다. 의대 정원 확대가 의료 인력 과잉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예측과 관리가 필요하다. 교육을 위한 인력 확충과 시설 개선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온라인상에는 의사가 마치 돈벌레처럼 매도되고 수많은 비난 댓글이 넘쳐나고 있다. 증원 반대를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하고 있다.

우리는 가끔 익숙하기에 진정 감사해야 할 것을 잊고 있다. 당장이라도 아프면 달려갈 수 있는 믿고 의지할 의사가, 병원이,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축복을 당연한 것으로 느끼고 있다.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 정파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나는 비록 위협을 당할지라도 나의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선서를 기억하며 의사 또한 아픈 환자가 있기에 당신들이 필요한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의대 증원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정부의 일방적 주장에 의한 증원 강행이 아닌 전문가와의 대화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의사 또한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음에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히포크라테스 선서 중)”를 되새기며 그들의 손길이 필요한 곳으로 빨리 복귀 해야 할 것이다.

오늘도 갑과 갑의 끝없는 대치에 아픈 환자들의 속만 타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