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총선이 딱 20일 남았다. 여야 각당은 오늘부터 이틀간 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오는 28일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1당을 놓고 사생결단이다. 대한민국의 양당체제 폐단을 없애겠다는 제3지대 정당도 여럿 등장해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앞서 여야 가릴 것 없이 지역구·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취소하거나 번복하는 등 부실 공천이 만연했다. 공약 대결보다 상대 후보 진영 흠집내기에 치중하는 구태 선거도 되풀이되는 양상이다. 결국 국민의 엄정한 판단에 달렸다.

국민의힘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이 20일 경기도 안양시 초원어린이공원에서 인근 지역 출마 후보들과 함께 거리 인사를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토지금고시장을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는 후보 공천 과정에서 꼼수를 부리고 민의를 왜곡한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측근 인사 전면 배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민주당은 서울 강복을 박용진 의원을 비롯한 ‘비명계(비이재명계) 찍어내기’로 극심한 공천 잡음을 빚으며 이재명 대표 중심 정당으로 변했다. 공천 뒤집기는 볼썽사나웠다. 거대 양당은 사법 리스크와 막말, 과거 이력 등이 국민 눈높이에 어긋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애초 공직자 후보 검증에 무감각했다고 인정한 셈이다. 국민의힘은 과거 부적절한 글이 문제가 된 부산 수영 장예찬 후보 등 지역구 후보 5명의 공천을 취소했다. 민주당은 ‘목발 경품’ 발언의 거짓 사과 논란을 빚은 서울 강북을 정봉주 후보 등 6개 지역구 공천 결정을 번복했다. 제3지대 신당에서도 공천이 뒤집힌 사례가 있다. 개혁신당은 과거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막말’ 논란이 일었던 충남 서천·보령 이기원 후보 공천을 취소했다.

비례대표 후보 공천은 꼴볼견이다.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비례 후보 명단을 공개한 지 하루 만인 지난 19일 과거 ‘골프 접대’ 의혹이 드러난 이시우 전 국무총리실 서기관 공천을 취소했다. 또 비례 공천 후보 순위 등을 놓고 당내 세력 간 다툼이 불거지고 후보 등록 전날까지 막판 순번 재조정 작업이 벌어지기도 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범야권 비례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은 반미·종복 논란에 휩싸였으며, 시민사회 측 추천 후보 이력을 놓고 민주당 측과 힘 겨루기를 하기도 했다.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돌풍을 일으킨 조국혁신당에는 당선이 유력한 순번에 법원 1, 2심에서 징역형을 받거나 재판 중인 인사 등 5명이나 배치됐다. 국민 주권 행사의 소중한 ‘표의 비례성’을 높이고 정치적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비례대표제 근본 취지는 실종된 선거판이다.

의회권력을 갈아치우는 선거축제에 ‘뺄셈 정치’가 판을 치고 있어 대다수 유권자 시선은 곱지 않다. 후보 등록을 앞두고 야당은 “임기 3년 남은 정권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까지 하고, 여당은 “종복세력이 나라 주류를 장악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서로 지지층만 겨냥한 목소리다. 극단적 정치 양극화가 더 깊어진다면 걱정이다. 그 심각성을 깨닫고 미래를 내다보는 선거운동을 펼치겠다는 후보들의 올바른 자세가 중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