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4년 전 이맘때다. ‘힘내라 부산!’이라는 제목의 국제신문 칼럼을 기고한 적이 있다. 일본 정부의 갑작스러운 수출규제 조치에 이어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전방위로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던 지역경제가 더욱 움츠러들고 있었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서 지역은행인 부산은행이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지역사회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어떨까. 지역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은 것 같다. 설마설마했던 코로나19는 결국 3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전 세계를 휩쓸었고, 4년 전의 어려움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깊은 후유증을 남겼다. 코로나 엔데믹이 선언되었다고 하지만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의 3고 현상으로 경제주체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고통을 호소하는 가운데, 민관 모두 어둡고 긴 터널을 벗어나기 위한 해결책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지역 금융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인터넷은행의 대표 격인 카카오뱅크의 2023년 당기순이익은 웬만한 지역은행의 당기순이익을 넘어섰다. 핀테크, 빅테크와의 금융시장 주도권 경쟁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포화상태에 이른 시중은행은 낮은 금리를 앞세워 지역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지역 성장 둔화, 지역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도 심각하다. 지역 금융이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는 위기설은 가설로만 그치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금융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가장 중요한 한 축이며, 지역이 가장 어렵고 힘든 시기일수록 지역 금융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룹의 이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전통적 방식의 사회적 책임 이행도 여전히 필요하지만,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사회와 지역 금융그룹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함께 추구하는 선순환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BNK금융그룹의 수장으로서 지역과의 상생에 더욱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 연말 그룹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지역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상생사업 강화를 목적으로 회장 직속의 ‘지역상생발전위원회’를 설치했다. BNK금융그룹의 본점이 있는 부산뿐만 아니라 울산, 경남지역까지 아우르는 지속가능한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하고 필자가 진행상황 등을 직접 총괄하면서 챙기기 위한 기구다.

이와 함께 그룹의 미래성장을 위한 전략기획과 신사업, 사업다각화를 전담하는 미래디지털혁신부문을 신설하고, 싱크탱크 격인 미래혁신부 내에 ‘지역특화사업팀’을 배치했다. 지역특화사업팀은 부울경 지역 특화사업을 검토하고 그룹 차원에서 참여 가능한 발전 방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했다. 지역의 한계를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의 진출을 통해 극복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지만,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지역 현안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라는 판단에서다.

지난 1월 20일 BNK금융그룹 임직원 봉사활동인 ‘BNK사회공헌의 날’도 실시했다. 그동안 계열사별로 진행하던 사회공헌활동을 격상해 BNK금융그룹의 주 소재지인 부산과 창원 울산 서울에서 전 계열사 임직원이 동시다발적으로 참여했다. BNK금융그룹 창립 이래 봉사활동 규모로 최대인 2000여 명이 힘을 보탰다.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지역 곳곳에서 BNK만이 할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해 나갈 생각이다. 4월에도 그룹 차원의 대규모 사회공헌활동이 예정돼 있다. 비록 무산돼 아쉬움이 컸지만 2030 월드엑스포 부산 유치에 발 벗고 나선 것도, 지난달 성황리에 끝난 2024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메인스폰서로 지원한 것도 지역 금융기관으로서 본분에 최선을 다하기 위한 것이다.

BNK금융그룹은 올해 ‘지역과 함께 세계로, 고객과 함께 미래로’라는 오랜 경영이념을 확장한 새로운 미션과 비전을 선포했다. 미션은 ‘금융을 편리하게, 미래를 풍요롭게’이고, 구체화한 비전은 ‘세상을 가슴 뛰게 하는 금융’이다. 고객 주주 직원 지역사회라는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사랑받는 금융그룹으로 외연을 넓혔다.

지역 금융의 근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금융서비스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겠지만, BNK금융그룹은 더욱더 지역을 위한 금융그룹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면서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초일류 글로컬(Glocal·Global+Local) 금융그룹이라는 지향점도 결국은 우리가 뿌리내리고 있는 지역에서 출발한다. 지역이 있어야 지역 금융이 있고, 지역이 성장해야 지역 금융이 성장한다. 지역 재건에 성공했던 다른 나라, 다른 도시들의 사례가 좋은 예다. 바야흐로 봄이다. 다시, 가슴이 뛴다. BNK가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