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에 KBO리그 우승을 차지한 LG 트윈스의 대표적인 팀 응원가 가운데 ‘서울의 찬가’라는 노래가 있다. 가수 패티 김이 1969년에 부른 이 노래는 ‘아름다운 서울에서 살렵니다’는 후렴구가 인상적이다. 노래가 나온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서울을 원하는 정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국토의 11.8%에 불과한 서울과 수도권에 1000대 기업 75%, 인구 51%가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역경제는 갈수록 쇠퇴하고, 인구와 일자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해있다.

부산을 보자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역의 전통 제조업이 점차 몰락하면서 위상이 예전만 훨씬 못하다. 전국 매출 1000대 기업에서 부산 기업 수는 2008년 55개에서 2022년 28개로 거의 반토막 났고, 인구수는 2020년 340만 명 붕괴 이후 불과 3년 만에 330만 명이 되었다. 이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21년 20%를 넘어 전국 7대 대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일자리가 없어지니 청년층은 부산에서 빠져나가 ‘노인과 바다의 도시’라는 자조적인 표현이 떠돌 정도다. 이제라도 수도권 일극주의로 지역소멸 위기를 맞은 대한민국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축 마련이 필요하다.

필자는 그 원동력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단순한 공공기관 이전 문제가 아닌 전·현 정부에 걸친 ‘부산금융중심지’ 정책의 목적에 맞게 지역 금융을 활성화하고, 부산 울산 경남 산업벨트를 확장하면서, 양질의 일자리 공급을 통해 동남권 경제 발전을 앞당기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척이 없는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촉진하는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지난달 31일 대통령이 국회 마지막 시정연설에서 조속한 통과를 부탁한 주요 현안의 하나가 산업은행법 개정안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필자의 설득으로 부산 울산 경남 중소기업계를 비롯한 대구 경북 중소기업계가 공동성명 발표를 통해 한목소리로 국회의 조속한 법안 통과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독촉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최근 부산지역 한 국회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입수한 ‘지역균형성장을 위한 산업은행 역할 강화’ 검토 자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역균형성장을 위해 2045년까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역 내 총생산이 5 대 5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비수도권에 시설자금 연평균 5.4조 원(총 125.1조 원)을 추가 공급하는 대규모 투자를 할 계획이고, 이에 따른 전국적 생산유발효과는 연평균 13.1조 원(총 300.7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지역경제 지원 강화에 발맞추고자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함께 지역별 거점 센터를 설립, 지역별 수요에 최적화된 금융을 공급하고 지역 혁신기업을 육성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동남권 경제발전의 축을 넘어 우리나라 전체 성장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국정 과제에 포함했다. 그리고 올해 5월 국토교통부는 산업은행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고시하면서 사전행정절차는 사실상 마무리 됐다. 이제 서울에 있는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옮기려면 한국산업은행법 제4조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조항을 ‘본점을 부산광역시에 둔다’로 개정하는 것만 남았다. 그러나 현재 법 개정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일부 야권의 반대로 이 안건이 내년으로 미뤄질 경우 총선 바람에 휘말려 이번 국회 내 처리가 힘들 수 있다는 것은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부산시와 부산지역 여야 정치권, 중소기업계, 학계, 시민사회가 산업은행 부산 이전 민·관·정 협력 전담팀(TF) 발족, 산업은행 부산 이전 추진협의회 출범, 한국산업은행법 국회 통과 촉구 궐기대회, 기자회견, 성명 발표 등을 통해 한목소리로 산업은행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은행 이전은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고, 지역균형발전과 지방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도전을 위한 최적의 도시가 부산이다. 이는 지역 이기주의의 발로가 아니다. 부산은 오랜 기간 균형발전이라는 기준에 따라 지역의 핵심 과제들을 설정하고 추진해 왔다. 부산 울산 경남을 비롯, 남부권 전체가 이용 가능한 가덕신공항 건설이나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도전이 대표적인 과제들이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남부권 경제벨트를 살리고,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부산과 서울 양대 성장 축을 통한 지속가능한 국가발전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정당의 이익이 아닌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린 만큼 산업은행 부산이전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