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상이 칼럼]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와 의료민영화

이상이 제주대 의과대학 교수

  • 이상이 제주대 의과대학 교수
  •  |   입력 : 2023-07-13 19:56:38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6월 13일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된 지 14년 만에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청구간소화란 환자가 요청하면 의료기관이 보험금 청구 서류를 제3의 중계기관을 통해 보험회사에 전송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다. 그런데 의료계뿐만 아니라 다수의 시민사회단체도 반대한다. 특히 환자단체, 노동계, 진보적 시민사회, 공익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의료민영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그렇게 될 개연성이 있는지 따져보자.

2005년 유출돼 큰 파문을 일으켰던 ‘삼성생명 내부전략보고서’에는 보험업계가 추구해 온 민간의료보험의 단계별 발전 전략이 잘 기술돼 있다. 6단계로 구성됐는데, (1단계)정액방식의 암 보험, (2단계)정액방식의 다질환 보험, (3단계)후불방식의 준 실손의료보험, (4단계)실손의료보험, (5단계)병원과 연계된 부분 경쟁형 의료보험, (6단계)정부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의료보험이 그것이다. 2005년 당시는 손해보험회사만 실손의료보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던 3단계에 해당했다. 그런데 2005년 보험업법 개정으로 생명보험회사도 실손의료보험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2007년부터 민간의료보험은 4단계에 접어들었다.

곧바로 보험업계는 5단계 실현을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참여정부 때 유시민 장관이 내놓은 ‘의료법 개정안 제61조’가 그것인데, 핵심은 보험회사가 비급여 진료에 대해 의료기관과 직접 계약할 수 있도록 규정한 부분이었다. 우리나라는 의료법 제27조에서 ‘누구라도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 따라서 보험회사는 가입자를 매개로 의료기관과 계약할 수 없다. 그런데 유 전 장관의 ‘의료법 개정안 제61조’는 예외를 두어 보험회사가 의료기관과 직접 계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려고 했다. 당시 시민사회가 격렬하게 반대했고 결국 무산됐다.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같은 시도가 있었지만 시민사회 저항과 국회 반대로 거부됐다.

민간의료보험 5단계인 ‘병원과 연계된 부분 경쟁형 의료보험(국민건강보험과 경쟁)’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민건강보험과 같은 작동 구조를 가져야 하는데, 이게 가능해지려면 다음의 두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국민건강보험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대응하는 민간의료보험의 심사평가기구가 필요하다. 국민건강보험에서 의료기관은 심평원에 진료 자료를 전송하고, 심평원은 심사평가를 통해 지급액을 결정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한다. 국민건강보험은 심사평가를 통해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보험재정을 알뜰하게 관리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민간의료보험은 보험회사의 이익과 영향력 극대화를 위해 심사평가 기전을 활용하길 원한다. 이는 미국식 민간의료보험 체계로 가기 위한 필수 관문인데, 우리나라 보험업계의 숙원이다. 이것이 갖춰지면 민간의료보험 5단계로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과 계약을 체결하는 것처럼 보험회사도 계약을 맺도록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보험회사는 가입자를 매개로 의료기관과 의료서비스의 내용 및 가격을 계약하게 되는데, 여기서 심사평가 기전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것이 미국식 민간의료보험 체계인데, 바로 ‘의료민영화’다. 현행 민간의료보험은 보험회사가 가입자와 실손보험 계약을 맺고 의료 이용에 대해 약관에 따라 산출된 비용을 지급하는 사적 계약 관계다. 여기서 의료기관은 보험회사와 무관하며, 보험회사 제출용 자료를 환자에게 발급할 따름이다. 이는 민간의료보험이 국민건강보험과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인데, 민간의료보험 5단계로 올라설 수 없게 한다. 그런데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의료기관은 보험회사의 심사평가기구에 진료 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이것이 제도화되면 보험업계는 미국식 민간의료보험 구축이라는 오래된 꿈에 성큼 다가설 수 있게 된다. 바로 민간의료보험 6단계의 모습이다.

국민건강보험은 건강보험 급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민간의료보험은 비급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영역이 달라 5단계나 6단계로 가진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틀렸다. 대다수 최신 의료기술은 도입 직후 곧바로 비급여 서비스로 분류돼 국민건강보험이 아닌 민간의료보험의 상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간의료보험에 편입된 최신 의료기술은 국민건강보험의 급여 항목으로 전환되기가 쉽지 않은데, 더 최신의 신기술에 밀려나서 가격이 인하될 때라야 국민건강보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런 제도 여건에서 비싼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중상층 국민은 국민건강보험에 더 많은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으려 할 것이고, 의료보장은 양극화되고 양질의 보편적 의료안전망은 사라지게 된다. 결국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는 가입자의 작은 불편을 덜어주는 데만 머물지 않고 민간의료보험에 제도적 날개를 달아주게 된다. 장차 민간의료보험 5단계와 6단계가 허용될 것이고, 국민건강보험은 위축될 게 자명하다. 우리는 이것을 보험재정 측면의 ‘의료민영화’라고 부른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김기현 측근 서동욱 울산 남구청장, 총선 출마선언 10일 만에 번복 왜?
  2. 2내달 부산시 고위직 물갈이 촉각…2·3급 최대 4명 바뀔 듯
  3. 3시립미술관 대개조…430억 신축급 공사
  4. 4김기현 “기득권 내려놓겠다” 정면돌파…당내 책임론 공방
  5. 5아쿠아파크 부실…기장군의회 “오규석 前군수 책임” 吳 “흠집내기”
  6. 6금태섭·류호정 “女도 병역의무 이행을”
  7. 7[단독] 장제원 "제가 가진 마지막 카드, 불출마하겠다"
  8. 8경남도, 가덕신공항 배후도시 청사진 개발 착수
  9. 9총선 레이스 시작…“얼굴 알리자” 정치신인들 앞다퉈 등록
  10. 10경찰, 제보자도 못 찾았다…도시공사 비위수사 한달째 스톱
  1. 1김기현 측근 서동욱 울산 남구청장, 총선 출마선언 10일 만에 번복 왜?
  2. 2김기현 “기득권 내려놓겠다” 정면돌파…당내 책임론 공방
  3. 3금태섭·류호정 “女도 병역의무 이행을”
  4. 4[단독] 장제원 "제가 가진 마지막 카드, 불출마하겠다"
  5. 5총선 레이스 시작…“얼굴 알리자” 정치신인들 앞다퉈 등록
  6. 613일 부산 찾는 이재명…이번엔 ‘산은법’ 응답할까
  7. 7민주 1호 영입 환경변호사 박지혜…첫 청년공약 ‘월 20만 원 기숙사 5만 실’(종합)
  8. 8유권자도 어깨띠 매고 선거운동…인터넷 게시판 익명 댓글달기 가능
  9. 9‘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의 신성장동력으로
  10. 10텃밭·무주공산으로 몰리는 후보군…부산 지역구 양극화
  1. 1제2금융 대출자는 상생금융 제외? 시작도 안 했는데 삐걱
  2. 2‘연말정산’ 식대 비과세 한도 月 20만 원으로↑(종합)
  3. 3불안불안 부동산PF, 대출잔액·연체율 동반 상승
  4. 4주가지수- 2023년 12월 11일
  5. 5연말 술자리 부담스럽네…부산 맥주·소주 가격 상승세(종합)
  6. 6정부 "국내 주유소 97% 요소수 비축…가격도 평시와 유사"
  7. 7가성비와 프리미엄… 연말 소비 양극화 뚜렷
  8. 8대성문 ‘시청 아틀리에 933’ 분양
  9. 9팍팍한 부산 신혼부부, 1억 이상 빚 있는데 연소득 5800만원
  10. 10길어지는 HMM 새 주인 찾기… 막판까지 진통
  1. 1내달 부산시 고위직 물갈이 촉각…2·3급 최대 4명 바뀔 듯
  2. 2아쿠아파크 부실…기장군의회 “오규석 前군수 책임” 吳 “흠집내기”
  3. 3경남도, 가덕신공항 배후도시 청사진 개발 착수
  4. 4경찰, 제보자도 못 찾았다…도시공사 비위수사 한달째 스톱
  5. 5대학 선택의 폭 넓은 중위권, 환산점수 유리한 전형 지원해야
  6. 6예산 없다며…노동자 몫은 깎고 업체 돈은 다 챙겨준 지자체
  7. 7착용만 허용된 선거홍보물, 손에 들고 흔들면 위법(종합)
  8. 8도시공사 도시창조본부장 공모절차 돌입
  9. 9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국민,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있어”
  10. 10오늘의 날씨- 2023년 12월 12일
  1. 1토트넘 6경기 만에 승리 안긴 손캡…8연속 두 자릿수 골
  2. 2이정후 연봉 1500만 달러 거론…토론토도 참전할까
  3. 3한국 여자핸드볼 결선리그 전패 수모
  4. 4BNK 썸 맏언니 김한별 복귀에도 4연패 수렁
  5. 5리디아 고, 데이와 우승 합작
  6. 6‘의사 복서’ 서려경, 태국 선수에 TKO승
  7. 7아이파크 통한의 역전패…4년 만의 1부 승격 불발
  8. 8정보명호 아시아야구선수권 3위
  9. 99200억 다저스맨 오타니, 내년 서울서 김하성과 대결
  10. 10황인범 세르비아 데뷔골…복귀한 김민재는 혹평
우리은행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세계유산에 대한 오해 풀기
‘싱가포르다움’을 위한 그들의 선택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두바이 기후회의와 한국의 역주행
수학의 점과 물리의 점
국제칼럼 [전체보기]
‘지식 콘텐츠 챌린지’에 도전하기
기고 [전체보기]
나를 가치 있게, 세상을 가치 있게
대전환의 시대, 북극 협력 새로운 길 모색하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김해외국인노동자센터 예산삭감 재고를
교권회복 시킨다더니…교육부, 교사 집단연가에 으름장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이재명 대표께
꼰대세상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앗은 안고 죽는다
‘달’ 대신 ‘손가락’만 보세요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연례행사 노벨상에 유감 있다면
양말 뒤집어 신기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전통음악 교육 활성화를 기대하며
예술과 공간이 만난 신개념 방중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035 재도전 합리적 검토를
노인을 위한 공연장은 없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스트림플레이션
오타니의 만화야구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밤과 몽블랑
참새구이와 어묵
사설 [전체보기]
부산 글로벌 허브 도시 특별법 속도전 필요하다
혁신 대신 버티기…민심과 더 멀어지는 국민의힘
세상읽기 [전체보기]
축제 도시 부산을 위하여
부산 해사법원 설치 더는 미룰 수 없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국가 정치가 절실한 이유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와 의료민영화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저무는 11월에 - 턴 투워드 부산
환대에 대한 생각들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독일을 보면서 곱씹어보는 교훈
골짜기 세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중세 고려의 소와 소고기
사라진 낙동강 뱃길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오! 홍범도
야만의 과학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펫팸족과 신성장동력 펫코노미
베로나 아레나 오페라 페스티벌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진짜 ‘영남 스타’가 되려면
잼버리 파행을 부산엑스포 전화위복으로!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처음이란 무엇인가? 조지아 와인
사랑의 묘약,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의 위대한 도전은 계속 된다
수산업 몰락 재촉하는 후쿠시마 방사능 선동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미니멀 음악
12음기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도상봉의 격조 있는 ‘달 항아리’
윤재 이규옥의 ‘고진감래’
CEO 칼럼 [전체보기]
호모 프롬프트 시대와 부산 MICE 산업
스타트업정신으로 무장한 창업가들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