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 씨네 집에 사는 김여름이다. 여섯 살이고 김 씨네 집에서 살게 된 지 삼 년 되었다. 나를 데려온 사람은 김 씨네 집 막내로 나에게 엄마이며 작은누나다. 나는 김 씨네 집에 오기 전에 동물병원에 있었다. 유기견 유기묘를 보호하는 병원이었는데 나 말고도 많은 친구들이 병원에 있었다. 나는 철창으로 된 작은 케이지 안에서 지냈다. 그곳은 정말 감옥 같은 곳이었다. 길게 기지개를 켜는 건 생각할 수도 없는, 겨우 몸을 돌려 누울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케이지였다. 철창으로 되어 있어서 서 있으면 발가락이 벌어져서 발이 너무 아팠다. 난 그곳에서 열흘을 있었다. 주인이 나타나 나를 데려가기까지 임시로 보호하는 기간이 열흘이었다.

내가 병원에서 가장 먼저 한 것은 사진을 찍는 일이었다.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나의 엄마인 작은누나는 유기견 사이트에서 내 사진과 사연을 보았다고 했다. 나는 A 아파트 근처에서 구조되었다. 아파트 근처를 배회하는 나를 지나가던 사람이 구조해 병원에 데려놓았다. 나는 요즘 인기 짱인 비숑인데도 데려가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문의는 가끔 있었는데 막상 입양 이야기가 나오면 망설였다. 당시 나는 5.3㎏이었는데 비숑 계에서는 아주 보기 드문 마른 몸매를 소유하고 있었다. 임시보호 기간이 끝나고 작은누나가 나타났다. 작은누나는 나를 품에 안고 놀라는 것 같았다. 내가 등뼈, 갈비뼈가 하나하나 눈에 보일 정도이고, 만져질 정도로 가죽만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작은누나 팔을 필사적으로 움켜쥐었다.

병원 철창에 갇혀 있는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물을 쏟지 말았어야 했나. 온몸이 간지러워도 좀 참았어야 했나. 집에서 뛰지 말았어야 했어. 그래도 나를 찾으러 올 거야. 그럼 잘못했다고 말해야지. 배를 보이며 옆에 누우면 분명 용서해 줄 거야.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그냥 버려졌구나. 나를 찾으러 오지 않겠구나. 그래서 다시는 버려지고 싶지 않았다.

작은누나가 차 옆자리에 나를 앉혔는데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기침이 슬금슬금 나오려고 했다.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간지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눈치를 보며 켁, 다시 조심스럽게 켁, 하는데 작은누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아, 이를 어쩌지. 망했다. 생각하는 사이에 차는 멈추고 작은누나가 나를 안고 차에서 내렸다.

집에는 큰누나가 있었다. 작은누나와 큰누나가 둘이서 조용조용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더니 다음 날부터 나를 병원에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동네 작은 병원, 선생님이 엄청 많은 큰 병원에서 다리에 바늘을 꽂고 피를 뽑고, 가슴, 머리 사진을 찍었다. 의사 선생님이 누나들을 보며 나에게 완치할 수 없는 병이 있다고 말했다. 평생 약을 먹고, 주기적으로 병원에 와서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힐끔 누나들을 보았다. 엄청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작은누나의 눈이 슬퍼 보였다. 큰누나를 꼭 끌어안았다. 나는, 또 버려지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

“그래도 다행이다. 처음에 폐암일 수 있다고 했잖아. 그런데 아니라고 하니까. 괜찮아.” 작은누나가 내 머리에 얼굴을 살포시 가져다 대며 말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우리 집에서 행복하게 살면 돼. 걱정하지 마. 어디서든 꼭 집으로 데리고 갈게.”

나, 김여름. 인생 2막이 열렸다. 큰누나는 콧물을 닦아주면서 우리 1학년. 또 코가 나오네. 언제 1학년을 졸업할 거야, 라고 말하다가도 저 자식을 내쫓아야지. 이런,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럼 나는 냅다 울 엄마인 작은누나한테로 도망쳐 밖을 살폈다. 큰누나 이불에 둘둘 말아 세탁기에 넣는 것을 보며 으엉, 으으엉, 하고 말했다. 그러니까 나를 심심하게 두지 말았어야지! 으으어어엉. 엉엉. “어디서, 뭘 잘했다고 말대꾸야!” 큰누나 목소리가 경쾌했다. 그럼 작은누나는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나는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