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계획을 취소했습니다. 저는 뉴스레터 회사를 운영하는데요. 원래는 방대한 정보를 모아올 에디터를 구해야 했죠. 예컨대 이런 겁니다. ‘미국 의회는 왜 상·하원으로 나뉘어 있을까’라는 주제를 잡았다면, 새로운 에디터는 미국 의회 역사와 상하원 기능을 정리해서 오는 겁니다. 그런 다음, 편집자가 콘텐츠를 구성하죠. 편집자가 세세하게 자료를 검색하고 외신 소식을 알아 오기 벅차니, 에디터가 역할을 분담하는 겁니다.
하지만 챗GPT가 나오면서, 새로운 에디터는 필요 없어졌습니다. 매달 20달러를 내면 순식간에 자료를 찾아오죠. 게다가, 굳이 유료로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무료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놓습니다.
물론, 챗GPT의 결과물이 완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업무 효율성을 높이죠.
그동안 구글과 네이버가 우리에게 검색할 기회를 제공했다면, 챗GPT는 곧바로 결과를 가져다줬습니다. 더군다나 질문자의 의도를 파악해 답을 내놓았는데요. 지식을 획득하는 학습 과정이 사라지면서, 지식의 정의와 범주마저 바뀔 지경이라고 하죠. 이에, 챗GPT는 출시 5일 만에 이용자 1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넷플릭스가 3년 6개월, 트위터가 2년이 걸리던 것과 비교하면 뜨거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동물이 언제 멸종할지 예측하는 것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판별 AI가 아니라, 기존의 내용을 학습하고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내는 생성 AI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제가 있습니다. 오답을 그럴싸한 정답처럼 내놓는 경우가 있죠. 일명, 환각 현상인데요. 다행히, GPT-3.5 기반이던 챗GPT가 최근에 GPT-4로 개선하면서 오류 현상이 현저하게 줄었습니다. 그럼에도, 오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이건 챗GPT 문제만이 아닌데요. 생성 AI의 한계로 꼽히죠. 얼마 전, 구글의 생성 AI ‘바드’에 “태양계 밖의 행성을 처음 찍은 게 뭐냐”고 물었더니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라고 했습니다. 정답은 유럽 남방천문대의 망원경인데 말이죠.
정답을 모르는 상황이었다면, 잘못된 정보라고 판별할 수 없는 겁니다. 미국의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는 “생성 AI가 내놓은 답은 방대한 데이터 중 가장 높은 확률인 것”이라고 설명하는데요. 생성 AI가 우리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가운데, 인간의 지능과 학습 과정이 필요한 지점이죠. 19세기 영국에서 벌어진 ‘기계 파괴 운동’처럼, 21세기 ‘AI 파괴 운동’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섣불렀던 겁니다. 인간의 지능적 노동을 일부 대체할 수 있겠지만, 기능적 한계가 분명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정보 판별을 위해 여전히 공부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오답을 애초에 피하기 위해 좋은 질문을 해야 합니다. 미국 솔크생물학 연구소에 따르면, 생성 AI는 질문자의 지식과 의도에 따라 답변이 달라집니다. 이에, 어떻게 질문할지가 우리에게 중요한 능력이 된 겁니다. 단순하게 ‘부산 3월 날씨’라고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최근 3년간 부산 3월 20~21일 평균 기온’이라고 물을 수 있어야 하죠.
그리고 생성 AI 덕분에 인간의 언어 감각과 창의성이 다시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는 직업이 억대 연봉자가 나오며 각광받는데도 여기에 이유가 있습니다. 프롬프트는 컴퓨터 시스템이 작업을 하도록 하는 메시지인데요. 국제신문 발행인이 궁금해서, ‘국제신문’이라고 검색하는 것도 일종의 프롬프트죠. 그러니까,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질문과 답을 이어줄 수 있게끔 길을 만드는 사람인데요. 생성 AI가 만족할 만한 대답을 할 수 있도록 테스트하는 일을 하죠. 이를 통해 ‘출근길에 읽을거리’를 검색하면, 출근 시간을 따분하게 보내기 싫어하는 사람의 질문이라고 파악해 ‘뉴스레터, 웹툰, 웹소설’ 등을 결과물로 나올 수 있게끔 하는 겁니다.
결국, 우리는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기술의 장벽을 높인 것이 아니라, 없애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문학과 창의력 확장을 요구받게 됐습니다. 우리가 책을 읽고 신문을 보며 고심에 빠져야 할 시대가 다시 온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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