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무등산권 일대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UNESCO Global Geopark) 재인증에 성공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2018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최초 인증된 이후 4년간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광주시는 무등산 정상 개방 행사를 열었고,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사진 촬영과 기념품 증정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따뜻한 봄기운과 추억을 선사했다.
세계지질공원은 국제적으로 중요한 지질학적 유산을 보전하고 생태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유네스코에서 지정·운영한다. 광주시 일대와 전라남도 담양군, 화순군에 걸쳐 조성된 무등산 세계지질공원은 제주(2010년 지정), 청송(2017년 지정)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지정됐다. 무등산 주상절리대, 화순 서유리공룡화석지, 담양습지 등 20여 곳의 지질학적 명소가 조성돼 운영되고 있다. 이번 재인증 심사 결과에 따라 무등산 세계지질공원은 2026년까지 그 지위를 유지하며 무등산권 일대의 지질학적 가치를 보전하기 위한 역할을 이어가게 되었다.
세계지질공원이 지닌 가장 큰 장점은 지질공원 내에서 교육·체험 프로그램 운영과 관광 상품화를 통한 경제적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섬 전체가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제주도만 보더라도 지질학적 자원을 활용하여 상당한 수입을 올린다. 이러한 장점은 지역주민 스스로 지역의 지질학적 가치를 이해하고 보전하기 위해 행동하도록 하며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다. 다시 말해 지역주민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지질공원 내의 지질명소를 교육과 관광이 가능한 지질관광 명소로 플랫폼화하여 지질학적 유산의 활용과 보전의 선순환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세계지질공원으로의 지정이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치다 보니 선정 과정이 꽤 까다로운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지질공원으로의 신청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신청서 접수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국가지질공원으로 먼저 지정되어야 한다. 신청서 접수 후 약 3년 동안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받기 위한 서류 심사, 현장 실사 등의 평가가 진행되는데 지질공원의 크기와 장소, 관리, 지역의 참여, 교육 등 여러 측면에서 까다로운 심사가 이루어진다. 또한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았다 할지라도 4년마다 재인증 여부를 심사하며, 심사 결과 지적 사항이 2년 이내 시정되지 않으면 그 자격을 박탈한다. 유네스코와 지질공원의 협업이 시작된 2001년 이후 현재까지 46개국 177개 공원만이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우리나라는 앞서 언급한 제주 청송 무등산 외에도 한탄강 유역이 2020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어 총 4곳의 세계지질공원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부산과 전북 서해안을 세계지질공원으로 새롭게 지정받기 위한 현장 실사가 작년 9월 이루어졌다. 부산은 낙동강 하구 태종대 오륙도 구상반려암 등을 포함한 20개의 지질명소를, 전북 서해안은 고창 운곡습지와 부안 채석강 등을 포함한 12개의 지질명소를 앞세워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고자 했으며, 오는 5월 최종 발표를 앞두고 있다. 부산과 전북 서해안 모두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정받는다면 우리나라는 총 6개의 세계지질공원을 보유한 지질·문화·생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게다가 울산이나 인천 등 여러 지자체에서도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받기 위한 선행 절차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가 어떠한 모습인지 관심을 가지는 것은 꼭 필요하다. 특히 인간이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요소와 지구를 어떠한 방식으로 공유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하다. 지질공원의 역할과 의미를 생각해 볼 때, 시민의 꾸준한 관심과 참여는 자연과 인간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공존하기 위한 한 가지 해법이 될 수 있다. 보는 것으로 끝나는 관광도 좋지만 ‘같이’의 가치를 실천하며 지구의 역사를 탐험하는 여행은 특별하고 더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이번 주말, 지오파크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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