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30일 등장한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이미 3000만 건의 바둑기보와 온라인 바둑대국으로 천재가 된 알파고를 경험했고 시리(Siri)나 빅스비 같은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 기능을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음에도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챗GPT의 이용 후기에 한 번, 두 달 만에 사용자가 1억 명이라는 데에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영어사전이나 백과사전을 보던 아날로그 세대에서 20세기 말 컴퓨터 보급과 함께 네이버나 구글 같은 검색엔진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했고, 2010년대 이후 모바일기기의 성능과 함께 SNS 유튜브의 비중이 커져간다. 태어난 지 두 달째인 챗GPT 신드롬 현상을 두고 검색의 시대는 지고 AI를 기반으로 한 대화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한다.

알려진 대로 주제만 던져주면 뚝딱 뉴스기사를 써주고 과제 리포트는 물론이고 연설문도 일필휘지인데 시를 지어달라고 요청하면 그럴듯하게 작문해 준다. 사업제안서 코딩은 물론 교육능력까지 발휘하며 지난 1월에는 국제학술지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고 의사면허시험과 경영학 석사(MBA) 시험도 통과했다고 한다. 챗GPT는 교육 헬스케어 비즈니스 기후변화, 심지어 파이낸스 등의 예시와 함께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모든 분야에 걸쳐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대답했다.

국제신문에서도 챗GPT에게 부산의 2030년 세계엑스포나 가덕신공항 등의 지역 현안은 물론 고독사와 같은 사회문제에 대한 문답을 신문기사로 다루었다. 나 또한 챗GPT를 접한 며칠 동안 대도시의 미래, 도시계획과 도시정책, 지역 불균형, 한반도 통일 등 온갖 관심 사항에 대해 질문하고 답변받으며 인공지능 AI가 정말 가까이 있음을 체감했다. 특히 도시, 도시계획 및 정책 등 유사한 분야에 관해 매일 반복적으로 질문을 했더니 몇 가지 키워드가 반복적으로 발견됐다. 첫째 지속가능성, 둘째 보행·자전거·대중교통 지향, 셋째 스마트하고 혁신적 도시, 넷째 포용성과 공평성이다. 이 외에 키워드로는 그린인프라, 지역 커뮤니티 참여, 사람중심설계, 리질리언스와 적응력, 다양성 존중 및 통합적 계획 등이 제시됐다. 획기적인 결과는 아니지만 어떤 국가나 도시에서 적용하고 있는지, 혹은 어떤 정책으로 제시되는지 등의 후속 질문과 답변으로 보충할 수도 있다.

재밌는 실험을 해보려고 한다. 앞으로 한 달 혹은 1년간 매일 반복된 질문을 하는 것이다. 축적된 답변에서 어떤 의미 있는 결과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혹은 전혀 다른 양상의 답변이 나온다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도 탐구해 볼 만하다. 그 기간 챗GPT가 얼마나, 어떻게 진화하게 되는지도 확인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챗GPT는 알파고처럼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능력을 키워가기 때문에 같은 질문이라도 답변은 시간이 갈수록 진화한다. 방대한 온라인 자료를 정리하고 분석해서 우리가 예상하기 어려운 다가올 미래에 대한 전망과 예측을 하는 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의사결정 과정에 활용되거나 선택지가 될 수 있고 온갖 갈등과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시간과 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여 실행력을 높여줄 수 있다.

물론 2021년 6월까지 정보만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학습이 부족한 분야는 정확성·신뢰도 문제가 지적되며 표절이나 저작권, 윤리적 우려도 있다. 다만 챗GPT 홈페이지에 따르면 자율적으로 이용하되 실수를 인정할 줄 알고 부적절하거나 부정적인 요청은 거부할 수 있으며 인류에게 이익을 주려고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무척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대목이다.

‘AI는 양심이 없다’의 저자(김명주, 2022)는 인간이 갈수록 인공지능과 무의식 중에 가까워져 마치 반려견 반려묘처럼 대할 것이라 한다. 챗GPT 뿐만 아니라 머지않아 많은 후속 모델이 등장할 터,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챗GPT를 사용하고 해석하는 방법, 능력 즉 디지털 문해력을 익혀야 하며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누구나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특히 챗GPT가 GIGO(Garbage In Garbage Out), 쓰레기 정보를 학습하면 쓰레기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공지능 챗봇을 대하는 질문의 품질도 관리돼야 한다. 챗GPT가 인간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스크리닝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