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상쾌한 바람을 타고 라디오 음악 방송에서 파헬벨의 ‘카논’이 들려온다. 바로크시대 독일의 작곡가이자 오르가니스트였던 요한 크리스토프 파헬벨(1653~1706)의 음악 중 일반인이 좋아하는 곡인 카논. 원곡 명은 ‘카논과 지그’다. 이 음악은 독특한 형식이 서로 엮여있는 복잡한 곡이다. 단선율로 시작해 동시에 여러 성부로 연주되는 다성음악의 틀을 갖추고 있어 단순한 듯하지만 다양하게 변해가는 힘을 가지고 있다. 파헬벨의 카논은 1919년 구스타프 베크만이라는 음악학자에 의해 최초로 출판돼 지금까지 전해진다.

카논을 들으면서 우리네 삶도 변주곡처럼 다양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른다. 조금 더 변화하고 다양하게 움직이는 삶. 모두에게는 아니라도 주변과 함께 어울려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 함께 움직여 보는 삶 말이다. 생각을 조금 더 해보니 가능할 것 같다.

먼저 단순하게 시작해야 한다. 변주곡의 시작은 아주 단순하다. 단순해야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전제는 단순하지만 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을 단순화하고, 생활을 단순화하고, 상황을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 큰 그림은 가지고 있지만, 매 순간 단순하고 담백하게 진행해야 한다. 큰 그림을 먼저 그린 상황이라 단순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단순하고 명확해야만 멀리 큰 그림의 조각을 맞추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하나에만 충실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두 가지가 보이고, 이 두 가지를 하나의 큰 틀에서 엮어가는 길을 단순화하면 네 가지가 보이고, 이 네 가지를 큰 틀에서 엮어가는 길을 단순화하면 여러 가지가 되며…. 점점 늘어가는 길을 더욱더 단순화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처음에 단순하지만 명확한 주제를 유지할 수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즉 우리네 삶에서 자신의 생각을 단순하지만 명확하게 정리한 철학을 가지고 큰 그림을 그릴 때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여러 가지를 엮어가는 힘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가지를 엮어가더라도 처음 주제를 잃어서는 안 된다. 변주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변주를 최대한 많이 늘려야 하지만, 주제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주 상반되는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성을 바꾸든지, 아니면 리듬 또는 장식음을 부가하든지, 음의 높낮이를 바꾸든지, 제각각 바뀌어 가야만 한다. 각각 새로운 곡을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꼭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하나 있다. “조금 전에 들었던 그 주제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처음 주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다양하게 변화하더라도 이것을 놓치면 변주곡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곡이 되는 것이다..

변주곡의 핵심은 한 이야기를 다양하게 펼칠 수 있어야 한다. 즉 주제의 일관성을 강조하면서도 다양한 기법으로 펼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디에서나 똑같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대상과 상황에 맞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주제의 일관성은 유지하면서 말이다.

우리네 삶을 다양한 변주곡처럼 살고 싶다면 지켜야 할 것은 분명하다. 먼저 내 삶의 목표나 철학을 분명하지만 단순하게 정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양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초등학생에게 대학생의 언어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분명한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다양한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 이러한 단순한 철학들이 만나 다양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름다운 세상이다. 혼자서 다양하게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펼쳐가기보다는….

이제 봄이다. 산과 들에는 새 옷으로 차려입은 다양한 나무와 꽃들이 서로 어울려 아름다운 대자연을 만들 것이다. 지난겨울을 맨몸으로 이겨낸 자신의 모습에 최선을 다한 그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자연이다. 나는 이 아름다움 속에서 새로운 나를 만나곤 한다. 더 단순하게 나를 정리해야겠다는 나를….

상쾌한 바람과 함께 들려온 카논의 신선함으로 오늘도 나를 곧추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