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방송국 사장과 저녁을 하면서 다음과 같은 얘기를 나누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방송국이 특정채널을 통해 방송을 독점한 것은 동영상 촬영장비라는 문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림= 서상균 기자

지금은 핸드폰만 있으면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촬영한 동영상을 스스로 편집해 유튜브에 올리면 방송이 된다. 고화질의 핸드폰이 나와서 동영상 촬영 방송장비의 문턱이 없어졌다. 동영상을 올리는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있어서 방송 송출하는 특정 채널의 문턱이 없어졌다. 누구나 개개인이 일인 방송국을 갖게 됐다. 과거에는 큰 사고가 나면 방송기자가 현장에 가서 촬영한 후 방송국에 와서 사고 현장을 방송했다. 지금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튀르키예에서 지진이 나도 개개인이 가진 핸드폰으로 찍은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 전 세계인이 실시간으로 현재 상황을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우리는 비대면 접촉과 원격 조정이라는 4차산업혁명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있다. 4차산업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이하면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현장에서 동영상 촬영장비나 특정채널 같은 문턱이 없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 면허받은 의사만이 할 수 있었던 질병의 진단과 처방, 그리고 치료와 수술에 어떤 변혁이 올지 두렵기만 하다.

1960년대 초등학교 시절에 병원에 가면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선생님은 청진기로 가슴의 호흡소리와 손으로 몸을 두들기며 나오는 소리를 듣고 진단과 약 처방을 했다. 의사선생님의 말씀은 절대적이었고 감히 반론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의학지식과 진료경험의 차이가 커서 의사마다 진단과 처방이 다를 수 있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온몸을 샅샅이 탐색하는 MRI 촬영과 혈액 한 방울로 암도 진단하는 최첨단의 검사 결과를 경험 많은 원로의사나 새로 면허 취득한 새내기 의사도 같이 공유할 수 있다. 그만큼 질병의 진단과 처방이 의사 간에 평준화되고 있다. 청진기와 경험으로 진단하는 명의는 1960년대에는 있었으나 지금은 명의보다도 환자를 내 가족처럼 돌보아주는 양의가 더 좋은 의사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라는 용어는 겉으로는 아름답게 들리지만 그 속에 숨은 목적은 매우 섬뜩하다. 스마트미사일은 불특정 다수의 타격이 아닌 특정 목적과 대상을 정밀타격하는 잔인한 미사일이다. 스마트병원이라는 용어가 있다. 그동안 병원에서만 소유했던 환자의 최첨단 검사 결과를 스마트병원 구축으로 환자가 공유할 수 있다. 의사가 아무리 의학지식을 밤새도록 공부해도 수십 년의 논문과 임상경험이 입력돼 있고 인공지능으로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플랫폼을 이기기는 불가능하다. 이렇게 의학지식과 인공지능을 갖춘 플랫폼이 환자 증상과 최첨단 검사 결과 데이터를 공유하면 비대면 진료를 통해 의사보다 더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할 수 있다.

과거 동영상 촬영장비와 특정채널이라는 문턱으로 방송을 독점한 것처럼 최첨단 검사 결과와 의학지식이라는 문턱이 있었기에 의사면허를 가진 의사만이 진료와 처방을 독점하고 있었다. 스마트병원의 구축으로 검사 결과와 의학지식을 갖춘 의사의 문턱이 없어지면 의사의 권한과 독점이 방송처럼 무장해제되는 현실을 맞이할 수 있다.

복강경관을 배 속에 넣어 수술준비를 하면 사람 눈보다 더 넓은 시야와 사람 손보다 더 정교한 기구를 옆방에서 원격조정해 로봇수술을 할 수 있다. 지방에 있는 환자의 배 안에 복강경관을 넣어 수술 준비를 해놓으면 옆방에서 하듯이 도시에 있는 의사가 원격조정해 로봇수술을 할 수 있다. 미국 최고인 하버드 대학병원의 미국 의사가 한국에 있는 환자를 원격 로봇수술을 할 수도 있다.

현재 4차산업혁명 AI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스마트병원으로 구축된 비대면진료와 원격진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인가. 스마트병원이라는 변혁(Transformation)의 종착역은 어디이며 의사의 역할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가본 적 없는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엘리엇이 말한 4월의 잔인한 계절은 피할 수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