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핵심 국정 목표인 ‘지방시대 구현’을 위해 ‘지방시대위원회’ 출범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애초 구상했던 독립 부처가 아닌 자문위원회로 출범하기로 해 위원회 활동이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안’을 마련해 다음 달 24일까지 입법예고에 들어간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정부는 시행령으로 지방시대위 출범을 추진했으나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근거가 되는 특별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자 정식 입법을 거치는 쪽으로 선회했다.

지방시대위는 기존 자치분권위와 균형발전위를 통합한 모델로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어간다는 새 정부의 국정 목표를 실행한다. 특별법안에는 종합계획을 수립해 달성해야 할 21개 균형발전 시책과 11개 자치분권 과제가 함께 담겼다. 대표적인 균형발전 시책으로는 성장촉진지역의 개발, 기업·대학·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등이 꼽히고 자치분권 과제로는 권한 이양, 사무 구분 체계 정비, 지방행정체제 개편 등이 있다.

정권 초기 쏟아진 수도권 집중 정책에 제동을 걸고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에 속도를 내기 위해 지방시대위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위원회 출범이 늦어진 사이 정부는 수도권대학 중심 반도체학과 설치부터 수도권 규제완화 등 수도권 집중정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하지만 지방시대위가 국가균형발전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지 의문이다. 부총리급 위상을 지니고 실질적 집행력을 가진 독립 부처를 계획했으나 대통령 자문위원회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문기구로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이뤄내기엔 역부족이다. 행정권한이 없어 균형발전 정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가 부총리급 균형발전부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 까닭이다. 균형발전 정책은 실행 과정에서 자치단체끼리 첨예한 이해 조정이 필요할 때가 많다. 당장 내년 1월 출범 예정인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부울경 메가시티)이 지난 7월 민선 8기 출범 이후 울산과 경남의 미온적 태도로 진척이 안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지방시대위가 실질적 권한을 갖고 균형발전을 주도해야 ‘지방시대’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위원회의 규모도 문제다. 지방시대위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각 1명을 포함한 32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당연직 15명은 기획재정부 등 12개 부처 장관과 국조실장, 시도지사·시군구청장협의회 대표자가 맡게 되며 위촉직 17명은 지방분권·균형발전 전문가가 임명된다. 기존 분권위 27명, 균발위 31명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작은 규모다. 균형과 다양성을 갖추기엔 위촉 위원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지방시대위가 지방살리기 대책을 종합적으로 마련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위상이 강화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