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 부산WM센터 차호중 부장

고려라는 구질서를 무너뜨리고 조선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던 고려말조선초시기, 누구보다도 조선의 건국에 앞장섰던 리더(Leader)였던 사람이 바로 ‘태종 이방원’이다. 지금과 같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조된 물가상승과 금리인상이라는 악재가 가득한 상황에서 시장을 아웃퍼폼(Outperform)하는 종목군이 있다. 소위 주도주다. 이러한 시장을 주도하는 종목군으로 언급되는 ‘태양광, 조선, 이차전지, 방산, 원전관련주’의 각 앞 글자를 따서 시장에서는 ‘태조 이방원 주식’이라고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주도주’란 주식시장에서 전반적으로 주가를 이끌어가는 인기주식 종목군을 말한다.

주도주로 등장하는 종목은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업종이나 특징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강세장에서는 주로 시가총액 상위를 차지하는 대형주가, 약세장에서는 개별호재를 가지고 있거나 경기 방어적성격의 종목이 주도주의 역할을 하곤 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1970년대 후반에는 ‘건설주’가 시장을 선도했고, 1987~1988년에는 소위 트로이카(Troika)주식인 ‘금융, 건설, 무역’관련 주식이 시장을 주도하는 종목군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경기둔화나 침체시기에는 기업들의 투자(Capex; Capital Expenditure 자본적 지출)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기전반의 수요가 부진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를 함에 있어 머뭇거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일부산업에 대해서는 투자가 가속화되기도 한다. 시장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태조 이방원’에 속하는 주식들이 이러한 관점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미국의 정책적인 지원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이는 ‘태양광’과 ‘이차전지(폐배터리 리사이클링 포함)’, 국제정책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원전’, 정치적 현상의 수혜를 받고 있는 ‘조선’, ‘방산’ 등은 일반적인 경기 사이클인 매크로(Macro)환경에서의 수요와 공급요인이 아닌 정치적 혹은 정책적인 차원의 수요와 공급요인에 의한 것이라 보는 견해가 많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nflation Reduction Act ; IRA)은 ‘태조 이방원’이라는 주도주를 지금과 같은 약세장에서 부각시킨 계기가 되었다. 특히 청정에너지 관련 법안이 국내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친 바가 크다. 미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40%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3750억 달러(약 479조원)의 투자도 병행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친환경 에너지 발전지원을 위해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업체 등에 600억 달러 규모의 세액공제와 인센티브(Incentive)를 제공한다.태양광 설치 관련 세금공제도 구상 중이다. 가정에서 지붕에 태양광 설치 시 30% 세금공제를 해준다. 750만 가구가 해당된다. 전기차 구매 시 세액공제 혜택도 준다. 신차구매 시 최대 7500달러, 중고차는 최대 4000달러 세제혜택이 있다. 단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생산된 배터리, 핵심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는 해당되지 않는다. 즉 미국에서 조립. 생산한 전기차만 해당되는 내용인 것이다. 또한 배터리, 핵심광물의 일정비율 이상을 미국에서 생산해야 된다는 제약조건도 있다.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공급되는 천연가스관이 전략적 무기가 된 지금 유럽에서는 에너지 위기가 도래하였다. 이에 친환경 대체에너지인 태양광산업이 부각되고 있다. 태양광과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우방국 중심으로 밸류체인(Value chain)을 구축해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는 것이 법안의 취지인 만큼, 한국의 태양광, 이차전지 산업이 최대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업체들의 주요수출국인 미국과 유럽의 태양광 수요가 하반기 뿐 아니라 내년에도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태양광주의 주가상승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 6월 태양광 셀(Cell)과 모듈(Module) 규제완화 정책을 발표했고,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각종지원을 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을 통과시켰다. 이로 인해 막대한 세액공제와 보조금 혜택으로 태양광수요가 크게 늘어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 미국의 태양광 설치가 상반기에 비해 227%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에너지(Energy)와 관련하여 또 주목받는 분야가 있다. 바로 조선 관련주다. 러시아의 노드스트림(Nord Stream)중단 등 가스관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이 어려워지자 LNG 운반선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유럽은 배관을 통해서 LNG를 보내주는 시스템(System)이지만 미국에서 생산하는 LNG의 경우 대륙 간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LNG운반선이 필수적이다. 즉 미국에서 생산하는 가스의 경우도 선박을 통해 운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 조선 관련주의 수요증가에 기여한 것이다. 이로 인해 국내 조선주업황이 고부가가치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수주확대에 힘입어 하반기 흑자전환 기대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국내 이차전지 업체들의 낙수효과도 기대된다. 세액공제 적용대상에서 전기차 누적판매량 20만대 이상인 업체의 차종이 제외된다는 조항이 빠지게 된 점이 긍정적이다. 기존 보조금 상한인 누적 20만대를 이미 달성한 테슬라(Tesla)와 GM이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고 전기차(Electric Vehicle ; EV))에 대한 세액공제(Tax Credit)로 EV의 잔존가치를 보존 받을 수 있어 소비자의 선호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테슬라와 GM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미국 내 GM, 스텔란티스와 JV(Joint Venture)공장을 건설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의 최대수혜가 예상되며, 이들 업체에 직접 양극제를 공급하는 업체들 역시 긍정적이다.방산은 ‘방위산업’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접국과 유럽 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을 중심으로 국방력 강화조짐이 나타나며 국내 방산업체들의 수출길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인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주기적인 방위비지출 구조가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기에도 주가가 회복 탄력성을 보인 이유라 보인다. 탈냉전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 등 탈세계화로 인해 국가안보환경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 된 것도 한국 방산수출이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원전’도 주목받았다. 러시아발 에너지(Energy)위기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에너지 자립’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면서 탈 원전에서 산업육성으로 정책이 변화한 것도 원전주 상승의 원인이 되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은 태양광과 이차전지의 상승을 견인할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법안통과로 미국정부는 10년간 기후변화 대응 및 에너지 안보를 위해 3690억 달러(약 481조원)의 예산을 집행한다. 태양광, 풍력, 이차(2차)전지 배터리 제조. 처리업체 지원에 약 600억 달러를 투입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엄청난 전기료의 부담을 느끼고 있는 유럽의 현 상황이 미국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내 천연가스와 전력요금도 급등하고 있으며 블랙아웃(Blackout)도 자주 발생하고 있는 요즈음이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절대적인 에너지 발전원의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것이 필수적인 상황이 되었다. 상대적으로 단기간 내 전력생산이 가능한 에너지원이 바로 태양광이다. 풍력은 설치해서 가동하려면 5년, 원자력은 10년 이상 걸리는 다소 장기적인 플랜(Plan)으로 접근해야 하는 단점이 있음은 기억하자.다행히 어려운 시장에서 주도주의 부각은 반가운 일이다. 시장이 어려울수록 주도주 중심의 매매가 수익창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주가가 상승할 때 보다 큰 폭의 상승을 보이고 조정 시에도 얕은 조정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도하게 상승하다 보면 고평가되는 구간에 진입하기도 한다. 따라서 주가와 밸류에이션(Valuation)과의 괴리를 수시로 체크(Check)하며 주도주 매매에 대응해야 함이 투자자들의 숙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