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어제 의원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준석 대표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에 이어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과 배현진·조수진·윤영석 최고위원의 줄사퇴가 촉발한 비대위 체제 전환 문제가 상대적으로 빠른 결론에 도달한 셈이다. 여당이 앞으로 제 역할을 할 계기가 될지 두고볼 일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분란에 빠진 집권여당은 그동안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을 떨어뜨리는 민심 이반을 부채질했다. 집권 초기의 여당이 당내 권력다툼에 휩싸여 지리멸렬한 경우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당내 혼란을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수습하고 심기일전하는 게 중요하다.

국민의힘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가 끝난 뒤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당이 비상상황에 놓였다는 데 극소수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의원총회에는 소속 의원 89명이 참석했는데, 김웅 의원 한 명만 비대위 체제 전환에 반대했다고 한다. 이 대표 징계 이후 지난달 11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 원내대표의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추인한 지 21일 만에 비대위 전환을 사실상 추인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에 앞서 초선, 재선, 3선 이상 중진별 간담회를 열어 비대위 체제 전환에 대한 당내 인사들의 공감대 형성에 나섰다. 앞으로 상임전국위원회 및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비대위 구성 안건을 의결하는 등 국민의힘은 비대위 체제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권 원내대표가 이날 의원총회에서 밝혔듯이 비상상황에 직면한 여당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은 올바른 진단이다. 그 돌파구로 비대위 체제 전환으로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비대위 체제 전환이 여당의 또 다른 혼란을 부를 수도 있다는 지적은 경계해야 한다. 실제 권 원대대표는 향후 절차와 비대위원장 선임 방안 등에 대한 기자단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만큼 당내 세력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뜻일 게다. 비대위 체제 전환과 비대위원장 임명은 전국위 의결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의원총회에 앞서 전국위 의장인 서병수 의원이 “현 상황이 당헌 해석상 비대위 전환이 필요한 비상상황으로 보기 어렵다”며 입장을 보였다. 향후 비대위 체제 구성 과정에 진통이 예상되는 이유다.

비상체제에 돌입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비대위 성격을 둘러싼 혼란이 이미 시작됐다는 말이 나돈다. 비대위원장 자리에 ‘관리형’ 인물이 적합하다거나 ‘혁신형’이 필요하다는 등 세력별 인사들의 선호도가 제각각이다. 이 대표의 복귀 여부를 놓고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갈등의 불씨가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는 상태에서 비대위 체제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당내 위기를 모면하려는 임시 봉합 형태로 흘러서는 안 될 일이다. 나라 안팎에서 몰아친 복합 위기 극복에 역량을 집중하는 등 집권여당의 본분을 찾는 체질 변화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