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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유럽 폭염의 경고

  • 정상도 기자 jsdo@kookje.co.kr
  •  |   입력 : 2022-07-21 19:30:02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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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역사상 최고 기온인 40.3도를 찍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그제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는 선배를 만났다. 50일가량 유럽을 샅샅이 훑겠다는 그의 안전과 행운을 비는 자리였다. 코로나19와 원숭이두창이란 감염병 악재에다 심상찮은 폭염까지 더해져 ‘잘 다녀오시라’는 덕담보다 ‘안전하게 다녀오시라’는 염려가 앞섰다.

100일 넘는 세계 여행도 소화했던 이력을 바탕으로 이번에도 모든 일정을 손수 짠 이 선배의 말이 걸작이었다. “3개월 동안 여행할 나라와 숙소, 교통편 등을 이리 맞추고 저리 조정했는데, 5일쯤 전에 다 바꿨어.” 무슨 일인가 싶어 물었다. “왜요?” “영국엔 에어컨이 없다잖아.”

폭염으로 런던 근교 루턴 공항 활주로가 부풀어 올라 운항이 일시 중단되고, 철로가 휘거나 전선이 손상될 위험 때문에 잉글랜드와 웨일스 철도 속도를 제한했던 영국이다. 그런데 에어컨도 문제였다. 이방인은 물론 현지인의 고충을 짐작할 수 있는 사연이었다. 핵심은 영국 가정의 에어컨 설치율이 채 5%가 안 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서늘한 여름 날씨 덕분에 최신 건물이나 고급 호텔이 아니면 에어컨을 설치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이 선배는 빨래와 한국식 음식 조리를 위해 일주일에 한 두 번 가정집을 숙소로 이용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4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 에어컨 없이 지낼 수 없으니 호텔로 급선회한 것이다. 그렇다면 현지인들은 이 폭염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영국 뿐만 아니라 유럽이 기록적인 무더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날 프랑스 파리 최고 기온은 40.1도로 150년 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세 번째 더운 날로 기록됐다. 와인 산지로 유명한 보르도 인근선 지난주 시작된 산불로 숲 2만 헥타르가 탔다. 이탈리아 북부는 불볕더위에 더해 7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7만 명 넘는 사망자를 낸 2003년 유럽 폭염이 떠오른다. 영국 기상청은 “기상청 연구에서는 영국 기온이 40도에 이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나왔는데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가 이런 극단적 기온을 가능케 했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러니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기후변화에 행동하지 않는다면 집단 자살이나 마찬가지’라는 경고가 더욱 간절하다.

조만간 유럽 첫 방문지인 프랑스 파리로 향할 선배를 생각하며 지난 봄 최고 기온이 50도를 웃돈 인도에서 생활하는 친구에게 ‘잘 지내냐’는 메시를 보냈다. 유럽 폭염이 바로 우리의 일이 될 수 있다.

정상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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