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기술과 생활환경의 발달로 인간의 기대수명은 늘어나고 있다. 최근 10년간의 기대수명을 비교해 보면 2011년 평균 80.6세에서 2020년 평균 83.5세로 3년이 더 늘어났다. 장수에 대한 욕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노년 생활을 대비하지 못한 채 노령인구가 점점 많아진다는 것은 마냥 축하할 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어르신들이 자신의 노년에 대해 충분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지도 배우지도 못했으리라.

구도심 주택가의 치과의원에서 진료를 하는 필자를 찾아오는 환자는 청년층보다 노인층의 비율이 높다. 노인 환자들 중 자기 관리에 한치의 소홀함이 없는 분도 계시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노년층의 구강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 진료를 해도 부족한 것 같아 늘 안타까운 마음이다.

치과에서 하는 대부분의 진료는 불편한 눈과 귀와 손과 발을 대신하는 의안 보청기 의수 의족 같은, 보철 제작을 동반한 저작기능 상실 회복 치료다. 내 몸의 것이 아닌 다른 것이 기능을 완벽하게 대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니겠는가? 다른 모든 것이 그러하듯, 건강할 때 아끼고 지켜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사회 주민의 구강 건강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의료인으로서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국민 인식 변화를 위해 몇 가지 제안한다.

첫째, 국민건강보험 재원의 효율적인 분배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도 노인의 식생활과 삶의 질 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노인 틀니, 노인 임플란트의 급여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시급하다. 한정된 의료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것은 당연하다. 보험재정 투입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 가치와 효용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은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의료보험제도 기준으로 보험 틀니를 제작하여 7년을 사용한 환자의 만족도와 척추 부위의 일회성 진단을 위한 MRI 보험 확대의 환자 만족도를 비교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둘 중에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국민에게 큰 만족도를 줄 수 있을까? 즉, 틀니 보험 보장 확대와 만 65세 보험 임플란트 개수나 혜택 나이를 낮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둘째, 잃어버린 구강 건강은 되돌리기 어렵다. 그렇기에 어렸을 때부터 구강 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예방교육이 필수적이다. 배움이 체화되면 어느 순간엔가 습관이 되고 좋은 습관은 나이가 들어도 건강하고 튼튼한 구강 환경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현재 어린 학생들은 시험을 위한 공부에만 집중하고 그 외에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들에 대해 너무도 소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학생 치과 주치의 제도를 확대하고 적정 수가를 책정해야 한다.

셋째, 상업화된 의료로 국민이 피해를 받도록 해서는 안 된다. 의료인은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환자의 식생활 회복에 도움을 주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조력자가 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몰지각한 일부로 인해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다수의 치과의사들에 대한 이미지까지 안 좋게 만드는 현실에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 의료인 협회가 가지는 자율징계권 같은 자정작용은 국민을 위한 1차적인 보호장치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립치의학산업연구원의 설립을 촉구한다. 국립치의학산업연구원을 조속히 설립해 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치의학산업 육성에 역량을 키워야 한다. 부산시 치과의사회는 최근 산업기반이 약해지는 부산지역에 국립치의학산업연구원을 유치하기 위해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부산 울산 경남 메가시티 치의학 산업계, 부산대학교 치과병원을 포함한 학계, 부산시민의 염원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단기간에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어떠한 정책이 국민에게 더욱 더 필요하고, 국민이 요구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2022년 6월 9일 ‘구강보건의 날’을 맞이해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먹는 즐거움에 대해 걱정 없는 대한민국의 밝은 희망을 기대한다.

박용진 부산시 치과의사회 보험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