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어제 일본 도쿄에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IPEF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제안한 것으로 무역, 공급망, 인프라·청정에너지·탈탄소, 조세·반부패 등 신통상 의제에 대한 역내 포괄적 경제 협력 구상이다. 경제안보 차원에서 사실상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반도체, 배터리, 전기자동차 등 핵심 산업에서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IPEF에는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베트남 등 인도·태평양 지역의 13개 국가가 참여한다. 당초 중국과 관계를 의식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의 참여가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7개국이 가입하기로 했다.

한국이 IPEF에 참여하는 것은 윤 대통령이 강조한 한미동맹의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 차원이다. 이는 군사·안보 동맹을 기반으로 경제·기술 동맹으로 양국 관계를 돈독히 한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화상회의에 참석해 “IPEF 출범은 급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역내 국가간 연대와 협력의 의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면서 “한국도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미·중 경제전쟁과 기술패권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우방국들이 첨단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체계를 논의하는 자리에 우리가 빠져서는 안된다는 현실적 판단이 배경이다.

문제는 중국의 반발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IPEF가 분열을 조장하고 대립을 선동하며 평화를 파괴하는 전략임이 증명될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지난 16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화상 회담에서는 한국의 IPEF 참여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며 북핵 해결을 위해 없어서는 안되는 나라다. 한미 동맹을 발전시키기 위해 IPEF 참여가 불가피하나 정부는 가입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는 데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IPEF 가입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중국에 잘 설명해야 하겠다. 물론 주권적 결정 사항에 대해 중국이 부당하게 압력을 가한다면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 다만 한미 동맹만 중시하다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된다면 그것 역시 국익에 해가 되는 일이다. 미국이 중국 반발을 우려해 IPEF에 대만 참여를 제외하고 향후 대중 관세를 인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과정에서 한·중 공급망 협력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은 고무적이다. 앞서 취임 축하사절단으로 방한한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은 “양측은 발전 연계를 강화하고, 중·한 FTA 2단계 협상을 마무리해 양국 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미·중 갈등과 자국 중심주의 국제 정세 속에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용 외교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