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교체돼 각료들이 대거 바뀌는 시기가 오면 각 부처는 누가 새로운 수장으로 임명될지에 무척 신경을 곤두세운다. 행정 업무의 큰 틀이야 변동의 여지가 적지만 장관의 성향과 경력에 따라 세부 사안의 경중, 추진 시기, 조직 내 분위기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이런 까닭에 공직사회는 언론의 하마평이나 정치권의 움직임 등을 바탕으로 해당 인물의 실제 임명 가능성을 점쳐보느라 바빠진다. 나름대로의 평가도 곁들인다. 그러나 장관 인사는 대통령 고유 권한인 만큼 이들의 바람은 말 그대로 바람일 뿐이다.

관가 등에서는 장관 유형을 크게 ‘실세형 장관’과 ‘실무형 장관’ 등 두 가지로 나눈다. 전자는 정치적 지명도가 높거나 새 정권과 친밀도가 깊은 인물을 의미한다. 대통령 최측근, 다선 국회의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간부, 대선 때 자당 후보의 승리에 큰 기여를 한 사람 등이다. 후자는 해당 업무에 정통해 별다른 학습 없이 취임 후 곧바로 실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이다. 각 부처에서 잔뼈가 굵은 공무원, 또는 관련 분야에서 학식·견문이 높은 학자 및 연구자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에 대한 공무원들의 선호도는 갈린다. 실세형 장관을 원하는 이들은 새 정부 내에서 부처의 이름 값을 높이려면 힘있는 사람이 조직을 맡아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정권 초기에 얼마 만큼 위상을 세워놓는가에 따라 향후 5년 간 부처의 행보가 결정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앞으로 각종 사업 추진 때 예산확보가 수월해질 것이라는 현실적인 기대감도 들어 있다. 자금의 뒷받침이 없이는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발상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관련 업무에 정통하지 못한 정치인이 장관이 되면 ‘닦달을 당할 사례가 별로 없어’ 공무원이 일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속마음이 깔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내놓는다.

실무형 장관을 바라는 이들의 마음 속에는 외부 인사의 부임이 행정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업무야 취임 후 신속하게 파악하면 되지만 정치인들은 임기 중이라도 각종 선거가 겹치게 되면 언제든지 미련 없이 현직을 떠날 수 있어서다. 장관직을 향후 정치권에서의 입지 강화를 위한 ‘경력 관리’ 차원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럴 바에는 실무에 밝은 인물이 조직을 이끄는 게 낫다고 주장한다. 내부 승진이 되면 금상첨화라고 받아들인다. 이렇게 되면 업무의 일관성 유지 뿐만 아니라 조직 장악 및 관리도 수월해진다.

실세형 장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은 자업자득일 수도 있다. 돌이켜보면 이런 유형의 장관들 처신은 개운하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 속된 말로 ‘제사보다는 잿밥에 마음이 있다’ 보니 몸은 관가에 두고도 눈과 마음은 늘 정치권을 향하기 일쑤였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장관보다는 임기가 보장되는 국회의원이나 목에 힘을 줄 수 있는 요직에 구미가 당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적당히 일하다 별 탈 없이 때 맞춰 물러난다면 경력에 큰 흠이 남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경륜이 풍부한 사람으로 포장하기도 쉬워진다. 공무원 사회 일부에서 실세형 장관을 낮춰 보는 이유다.

청문회와 여야공방을 거쳐 최근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의 얼개가 거의 짜여졌다. 공무원 뿐만 아니라 일반인 처지에서도 안도의 한 숨을 내쉬는 이가 있는가 하면 부적절한 인사라며 고개를 흔드는 사람도 있을 터다. 심하게는 자질 미달이라는 표현도 동원된다. 장관 임명과 관련한 여진이 아직 남아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분석이 아니다. 정국의 주도권을 두고 다툼을 계속 해야 하는 정치권은 손익 계산이 더 복잡하다. 야당은 몇몇 인물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임명 강행을 강하게 비난한다. 여소야대 구도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앞날이 순탄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실효성이고 효율성이다. 누가 장관이 되든 일만 잘하면 시비를 걸 구실은 하나도 없다. 대선 때 지지 후보가 다를지라도 새 정부가 부실한 내각 때문에 국정에 혼란이 생기는 것을 원하는 국민이 있을 리 만무하다. 장관들도 취임을 했다면 임기 동안 ‘목숨을 걸고’ 일해야 한다. 실세형이라는 굴레를 떼고 싶으면 한 눈 팔지 말고 맡은 바 직책에 전념하면 된다. 실무형 장관도 늘 하던 업무라며 자만할 게 아니다. 대외 관계나 부처 외연 확대 등의 측면에서 정치 지향적 장관이 가질 수 있는 장점도 배우는 게 옳다. 각 부처 책임자들은 임명 전에 따라 다녔던 실세형이니 실무형이라는 꼬리표가 다 쓸데 없는 걱정이었음을 능력으로 입증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이 한시름덜 수가 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라는 제대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세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