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 부산WM센터 차호중 부장

기축통화가 아닌 입장에서 유동성을 확대하면 통화가치가 급속히 절하될 수밖에 없다.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 Inflation; 초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각국의 중앙은행은 미국의 중앙은행(FRB; Federal Reserve Banks)와 같은 흐름을 무조건 따라갈 수도 없다. 정치권력의 성장정책에 휘둘려서도 안 된다. 오히려 정치권력의 무모한 욕망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이유가 바로 ‘물가안정’이다. 인플레이션 억제야말로 중앙은행의 설립목적이기 때문이다.중앙은행 통화정책의 기본적인 목표가 ‘물가안정’이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코로나 팬데믹 직전까지 글로벌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물가안정보다는 고용시장 안정과 거시경제 운용에 중점(Focus)을 맞춰왔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에는 시장의 안정을 위해 연준(Fed)이 양적완화(QE)를 시행했었다. 즉 시중에서 국채, 회사채와 주택저당증권(MBS)를 매입했었는데 이를 계기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시장 조치로 채권매입이 위기국면에서 중요한 통화정책의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2020년 3월 글로벌 코로나19 확산세로 금융시장이 패닉(Panic)현상을 보이자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0%대 수준으로 크게 낮추고, 양적완화(QE) 등 시중의 채권매입 정책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2021년 하반기부터 유가상승 등 글로벌 물가상승세가 심각한 수준에까지 이르자 올해 상반기부터는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는 추세에 있다.금융위기와 코로나 이후 각국의 중앙은행인 미국의 FRB, 유로존의 ECB, 영국의 BOE 등이 시중금리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 국채, 모기지 채권 등을 매입하면서 중앙은행의 자산규모가 크게 증가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경기반등과 물가상승세로 채권매입을 중단하는 추세에 있고, FRB의 경우 6월부터는 매입한 채권을 다시 시장에 매각할 계획을 밝혔다. 연방준비은행(FRB; Federal Reserve Banks)는 연방준비제도(Fed; Federal Reserve System)를 구성하는 기관 중 하나다.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정책이 통화량이나 물가, 시중금리 형성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경기속도 조절에 있어 많은 국가들이 기준금리를 활용하는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기준금리란 기준이 되는 중심금리로 미국의 FOMC나 한국의 금융통화위원회 등에서 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가 하반기 중 최소 2.0%이상일 확률이 높아 적정한 금리차를 감안하고, 05~08년 8회의 인상 폭을 고려 시 연내 4차례 추가 인상 후 연말 즈음에는 2.5% 수준의 기준금리가 예상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였다. 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 달러, 크로네, 프랑 등 세계 주요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의 평균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달러인덱스(Dollar Index)’도 급등한 요즈음이다. 환율이 급등한 이유로는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Big Step)’을 공식화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연내 3차례 빅스텝에 대한 가능성이 시사되는 가운데 6월 자인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도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통화를 발행하는 국가에서는 경제위기 때 전혀 색다른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일본의 엔, 스위스 프랑, 미국의 달러 등 소위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통화는 세계증시 폭락시기에 오히려 통화의 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과거 전 세계 증시의 폭락과 그 이후의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유발한 것은 다름 아닌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금융위기였다. 위기의 진원지가 미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Irony)하게도 전 세계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지고 사들였던 것은 바로 미국의 달러($)였던 것이다.

전 세계 중앙은행 가운데 3분의 1정도가 주요한 준비통화(Reserve Currency)로 달러를 보유한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인기 있는 통화인 달러($)를 지닌 덕분에 오랫동안 많은 이익을 누려왔다. 미국이 전쟁자금이나 정부의 적자를 메울 자금을 외국으로부터 쉽게 조달할 수 있었던 이유도 달러가 준비통화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강도 높은 긴축과 세계 경기위축에 대한 우려로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늘면서 달러가 강세다, 유로화와 엔화 위안화 등의 통화는 약세를 보인 반면 유일하게 달러만 강세를 보인 것이다.이는 전쟁장기화와 고물가 등으로 모두 경기둔화를 걱정하고 있는 와중에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홀로 금리인상을 통해 돈줄을 죄겠다고 나서고 있는 상황에 기인한다. 반면 전쟁장기화로 에너지 가격 폭등을 겪고 있는 유럽과 코로나 봉쇄조치로 경기둔화 우려가 높아진 중국 그리고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는 일본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치면서 유일하게 달러강세 독주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위안화와 연동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원화도 약세의 움직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구조가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만큼 위안화 흐름과 동행하여 원화가치의 하락압력이 강해진 탓이다.

한편 미국 달러화에 버금가는 안전자산으로 손꼽히는 엔화가치가 20년 만에 최저치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고강도의 긴축에 나서고 있지만 일본은 돈 풀기를 유지하면서 미국과 일본 간의 금리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일본 통화당국이 무한정 돈을 풀어 ‘엔화약세(엔저)’를 유도하는 ‘아베노믹스’를 지속적으로 고수하고 있다는 데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잃어버린 20년 탈출을 위해 엔저전략을 폈던 ‘아베노믹스’를 정책적인 실패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다.보통은 직접 거래되지 않는 통화의 가치는 달러화 대비 가치로 환산한 재정환율로 비교한다. 엔화가치 하락 배경은 최근 글로벌(Global) 금리인상 영향이다. 국내 뿐 아니라 미 연준 등 주요국들이 기준금리 대폭인상 등 통화긴축 움직임에 나서고 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물가급등 역시 금리의 추가상승을 통한 각국 중앙은행의 대응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중앙은행이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와는 달리 저성장과 물가하락인 디플레이션(Deflation) 우려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취함으로 글로벌 여타 중앙은행의 정책과는 시각 차이가 있는 것이다.구조적으로 일본 경제는 수출과 내수가 절반씩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일본은 에너지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에 경제전체가 엔달러 고환율 상황에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돈을 풀어 엔화가치를 떨어뜨리고 인위적인 인플레이션을 만드는 방안은 일본기업과 같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해 놓은 상황에서는 엔저정책으로 수출회복효과가 크지 못하고, 일본국민들의 실질구매력을 약화시키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일본의 단기금리는 -0.1%, 장기금리의 기준이 되는 10년 물 국채금리는 0%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코로나이후 경기회복에 따른 물가상승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정책적으로는 시중금리의 상승과 통화긴축의 우려 속에 시장의 흐름이 좌우되고 있다. 2019년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은 트럼프행정부의 정책과 미.중 무역 갈등 등에 크게 영향을 받은 바 있지만, 현재 시장의 관심은 글로벌 물가상승세와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 등 펀더멘탈(Fundamental) 측면의 대응으로 다시 복귀한 측면이 강하다. 각국이 처한 경제적 상황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펼치는 금리와 통화정책에 따라 자국화폐 가치의 강세와 약세를 유발하여 환율의 상대적 움직임이 결정되고 있는 상황이다.엔달러 환율이 1달러당 130엔을 돌파했다. 2015년 1달러당 125엔을 찍은 적이 있었지만 10년 사이에130엔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했을 때 안전자산의 하나로 여겨지는 엔화를 모아가는 전략도 재테크 방안으로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일본 엔화를 직접 매수해서 여행 시 경비로 사용할 자금을 미리 준비해 둔다든지 증권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Tiger 일본엔선물(292560)을 매수하는 방법 등이 현재 엔화약세에 대응할만한 투자방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