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2년 만에 기준금리를 단번에 0.5%포인트 인상했다. 40년 만의 최악 수준인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다음 달 추가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미국이 통화정책 긴축을 본격화하면서 우리나라도 보조를 맞춰 위험 관리에 나서야 할 것이다. 연준은 4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를 마치면서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0.75~1%로 0.5% 포인트 올린다고 발표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 3월, 2018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인플레이션 상황이 심각해지자 이번에는 0.5%포인트 인상이라는 빅스텝을 밟았다. 연준은 다음 달부터 9조 달러(약 1경1398조5000억 원) 규모인 자산 축소에도 착수한다고 밝혔다.

연준의 이번 금리인상으로 우리나라(연 1.50%)와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0.5~0.75%포인트로 좁혀졌다. 이에 따라 오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불가피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처럼 미국과 금리 차이가 크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과 급격한 원화 가치 하락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리 역전까지 현실화하면 해외 자금 이탈과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라 물가 상승 압박이 더 커진다. 안 그래도 물가 오름새가 가파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8% 뛰어 2008년 10월(4.8%) 이후 13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물가 상승세는 소비시장의 위축으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은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라도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한은은 지난해 8월과 11월에 이어 올해 1월과 4월까지 이미 네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올렸다. 금융시장에선 올 연말 기준금리가 최고 2%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 가계빚은 공식 집계로 지난해 말 기준 1862조1000억 원이다. 시장 예상대로 금리가 오르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 특히 빚을 얻어 주식이나 부동산을 사들인 가계는 이미 비상이 걸렸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유도하면서 2030세대,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와 한은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엇박자를 내는 일도 지양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위해 30조 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계획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려 시중 돈줄을 죄는 데 정부는 돈 풀기 신호를 보내면 통화정책 효과는 빛을 바랄 수밖에 없다. 새 정부는 물가 상승 압박과 경기 둔화 우려와 싸워야 하는 위기 상황에 처했다. 새 정부를 비롯한 경제 주체들이 함께 최적의 해법을 찾아 나가는 데 고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