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북항이 1876년 개항 이후 무역항에서 시민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해 146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시민이 슬리퍼를 신고 가서도 놀 수 있는 북항을 만들겠다’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약속이 현실화하고 있다. 북항은 ‘개항과 전쟁, 산업화와 민주화의 현장’으로 부산 시민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에 손색이 없다.

국내 수출입 전진기지 역할을 해온 북항은 2006년 부산신항 개항으로 역할이 줄어들었고, 이곳을 시민을 위한 친수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2008년 재개발 사업이 시작됐다. 1단계 사업은 전체 면적 153만㎡ 규모에 2조4000억 원을 투입한 국내 첫 대규모 항만재개발이다. 해양수산부와 부산항만공사(BPA)는 지난해 12월 북항 1단계 재개발구역 내 문화공원 1호(2만6000㎡)를 개방한 데 이어 4일 문화공원 2호와 3호, 경관수로, 보호덱 등 총 20만여 ㎡ 규모의 공공시설을 개방하게 됐다. 하늘광장, 공중보행로, 보도교, 무빙워크, 이벤트계단 등이 조성됐다. 또 랜드마크 부지 8만9000㎡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도심 야생화단지를 만들었다.

북항은 시민이 여가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모양을 갖춰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설을 시민 누구나 즐기기에는 아직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항에는 부산역을 중심으로 경부선 철도와 도시고속도로가 지나가 도심공원으로는 부족함이 있다. 부산역과 연결된 공중 보행테크가 있으나 누구나 쉽게 걸어가기엔 힘든 거리라는 의견이 많다. BPA가 북항 랜드마크 건물과 부산역 사이에 복합환승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나 난항을 겪고 있다. 또한 중앙동역~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2㎞에 운영하기로 한 트램도 해양수산부가 차량 구입비를 부산시에 떠넘기려다 착공 시기가 늦춰졌다. BPA는 시민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복합환승센터와 트램이 차질 없이 건설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북항재개발 1단계는 국내 첫 항만재개발 사업이다 보니 조망권 침해, 생활형 숙박시설 난립 등 시행착오를 겪었다. 1단계 사업지 내 민간에 매각되는 토지 24개 필지 중 15개 필지는 내년부터 매각 작업이 이뤄진다. BPA는 앞서 초고층 생활숙박시설 등을 허가하면서 시민사회의 비난을 자초한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북항 재개발 핵심부지인 중심업무지구에는 해양신산업과 부산의 정체성을 담을 랜드마크 시설을 지을 사업자를 선정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건폐율 및 용적률을 조정해 시민이 즐길 수 있는 공개 공지를 최대한 확보해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부산시와 해수부는 북항재개발 2단계 사업에도 박차를 가해야 하겠다. 시가 ‘2030부산월드엑스포’를 유치하게 되면 이곳에서 행사를 치르게 된다. 엑스포 유치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된 만큼 기획재정부는 북항 2단계 재개발 사업의 에비타당성 조사를 신속히 마무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