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새를 유리병 속에 넣고 키웠지만 덩치가 커져 좁은 주둥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스승은 수행자에게 그 새를 꺼내라고 한다. 병을 깰 수도 있겠지만 그 방법은 새를 다치게 할 수 있고 갇힌 상태를 방치한다면 커진 몸집이 병 속의 좁은 공간에 눌려 질식할 수도 있다. ‘병 속의 새’라는 화두의 의도는 새를 꺼내는 구체적 방법을 찾아내기보다 사유 속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모순을 발견하는 데 있다. 고립되어 바깥세상을 투명하게 바라보는 ‘새’의 구조적 한계를 자각하는 순간 유리병은 환영처럼 사라지고 새는 자유를 얻게 된다.
19세기 물리학자들 역시 병 속에 갇힌 새의 상황과 다르지 않았다. 당대 최고의 석학들 모두 빛의 파동을 전달할 빛의 매질 ‘에테르’의 존재를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일상의 파동은 매질을 통해 전달되고 파동 속력은 매질이 지닌 고유한 탄성에 기인한다. 실의 떨림 물결 소리는 각각 실 물 공기라는 매질을 통해 전파된다. 따라서 빛이 파동이라면 자연스럽게 매질을 떠올리게 된다. 그렇다면 진공의 우주 공간도 태양 빛을 지구에 전하기 위해 에테르로 채워져 있어야 한다. 태양 주변을 도는 지구에서는 강력한 에테르 바람이 불어야 하고 에테르 바람에 맞선 광속은 느려져야 한다. 수년의 노고 끝에 에테르 효과를 감지할 정밀 실험 장치가 개발되었고, 수개월 동안 측정을 했다. 그러나 실험 결과는 ‘지구 공전에 의한 에테르 바람의 효과는 없다’였다. 중력에 의해 에테르가 투명 코팅층처럼 지구를 덮고 있다는 대안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달리는 이에게 빗줄기가 기울어지듯 먼 별빛이 지구 공전으로 인해 기울어져 관측되는 현상과는 모순이 생겼다.
반면, 지구 자전을 고려해 보면 회전하는 에테르 바람을 타고 진행하는 빛의 경우, 속력이 빨라져야 한다. 빛의 진행 방향이 지구 자전 방향과 같거나 달라서 발생한 광속 차이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무려 1.9㎞에 달하는 거대 장치가 만들어졌고, 놀랍게도 자전에 의한 실험 결과를 얻었다. 지구 대기에는 진공에 비해 많은 에테르가 담겨있고, 회전하는 동안 우주 속 에테르와의 밀도 차이에 의해 광속 변화가 유발된다는 가설이 소환되었다. 흐르는 물의 방향과 같거나 다르게 나아가는 빛은 정지한 물에 비해 광속이 증가하거나 감소한다는 실험 결과와 함께 ‘에테르’에 대한 믿음이 다시 견고해졌다. 하지만 공전과 자전이 만든 모순적 두 결과를 설명할 수는 없었다. 물리학은 병 속의 새처럼 갇혀 있었지만, 유리 벽의 존재조차 자각하지 못했다.
특허청의 한 청년은 변하는 것 중에서 변하지 않는 것을 찾고 있었다. “운동은 상대적이다. 정지한 곳과 움직이는 곳에서의 물리법칙이 모두 같은 식으로 표현된다면 절대 정지를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빛 파동도 우주라는 거대한 풍선 속을 가득 채운 에테르에서 번져가는 모습일까? 하지만 호수 위를 움직이는 오리가 만든 파문을 통해 오리의 운동을 알 수 있듯, 호수에 담긴 물은 정지의 기준을 제공한다. 정지한 지상과 등속 운동하는 기차에서는 입자의 운동이 모두 F=ma라는 형태로 묘사되지만, 빛 파동을 표현하는 전자기 공식은 그렇지 않다. 전자기 법칙이 변하지 않는 모습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그는 모두가 신념처럼 믿고 있던 ‘에테르’를 버렸다. 또한, 거대한 풍선 속에서 함께 공유하는 절대공간과 절대시간도 버렸다. 대신 공간을 시간으로 나눈 광속을 새로운 불변의 기준으로 정하고, 전자기 법칙이 정지한 지상과 등속 운동하는 기차 안에서 변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는 공간이 찌그러지고 시간조차 느려져야 한다는 도발적 상상까지 감행했다. 나아가 이 새로운 원리로 뉴턴 역학을 완전히 뜯어고치고 마침내 E=mc2까지 도달했다. 그렇게 혁명이 시작되었다.
지금 당신을 가두고 있는 유리병은 무엇일까? 모순과 한계를 마주하고도 움켜쥐고 있는 바로 그것을 버리자. 어쩌면 한 마리 새처럼 새로운 세상으로 날아오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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