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유럽의 철학자들이 연구해온 ‘럭셔리(Luxury)’는 ‘성취 가능한 최상의 것을 경험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 할 수 있다. 이탈리아 작가 지오반니 쿠톨로는 ‘매일 건강한 음식을 먹고 미켈란젤로 등의 훌륭한 미술품과 디자인에 둘러싸인 삶’을 럭셔리로 설명한다. 애초 럭셔리는 부자들의 독점적 소유와 관련한 가치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이 더 큰 마음의 평화와 삶의 행복을 얻기 위해 균형이 깨진 정주여건과 시간 속에서, 근본적 필요를 충족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영국의 글래스고대학교 크리스토퍼 베리 교수는 럭셔리의 전통적인 영역으로 건강한 삶을 위한 음식 정주여건 의복 여가활동 등의 균형으로 정의한다.

공공디자인은 사회구성원의 삶의 행복을 위해 중요한 분야이다. 공공구성물 공공서비스 공공기반과 시설 및 시스템에 대한 디자인의 품질은 사회공동체 삶의 품질과 직접적인 관계로 이어진다.

앞으로 부산시민에게 럭셔리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하게 하는 역할을 공공디자인이 담당해야 한다. 특히 사회구성원들의 삶이 어려운 시기에 디자인의 역할은 공공부문이 제공하는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여 시민의 행복을 약속하는 이상적인 경험들을 제공하며, 공동체의 미래가치를 준비하는 것이다.

3년째 접어든 코로나19의 세계 유행과 지난 2월 유럽에서 발발한 전쟁으로 확산된 국가 간의 갈등 등 국내외의 상황은 소상공인 위축, 물가 상승, 양극화 심화 등 우리가 최근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문제와 고통을 대면하고 경험하도록 한다. 지금은 시민과 부산시가 상호의존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귀결되는 소유와 분배의 사회적 과제들을 넘어서는, 지속 가능한 행복한 삶의 가치를 찾는 노력은 디자인 분야의 역할 중 하나이며, 사회공동체를 위해 공공디자인이 추구해야 하는 목표다.

국내외 어려운 상황에서 부산시민을 위한 공공디자인의 과제는 지난 몇년 간 소외되고 있는 시민 삶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정주여건과 여가활동 이동 돌봄 안전 등 사회서비스와 공공부문에서 최선의 가치를 디자인하여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공공디자인의 목표는 공공에서 제공하는 것을 디자인하는 행위를 넘어서, 사회구성원들에게 최선의 가치를 공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급을 담당하는 디자인 분야의 역량이 최고 수준이 되어야 하고, 시는 필요한 제도 및 법령, 체계적인 조직 및 투자가 준비되어야 한다.

부산시는 2006년 재단법인 부산디자인진흥원 설립 및 운영 조례 제정 이후, 2011년부터 유니버설디자인, 범죄예방 환경디자인(2013), 공공디자인(2017), 디자인산업과 디자인 전문기업 육성(2021) 등 공공디자인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준비하며, 여러 실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이동과 여가활동을 위한 공공디자인으로,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사업에 선정된 해운대구 청사포의 감성버스정류장이다. 이동서비스를 지원하는 정류장을 전시관과 전망대, 포토존 등의 문화관광 복합공간으로 다시 디자인하여 시민과 관광객에게 새로운 명소로 제공했다. 평균 7분 동안 기다리는 버스시간을 문화여가활동의 삶으로 전환한 사례이다.

이와 함께 부산형 관광안내표시 표준화 구축으로 4개 국어(한·영·중·일)와 색약자 및 휠체어를 사용하는 시민과 관광객을 배려한 표준 디자인을 진행하여 현재까지 950여 개의 안내표지를 설치했다. 또한 연제구 연산 8동 등 총 10개 동네에 대한 범죄환경 개선 디자인을 진행, 안전한 정주여건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부산디자인진흥원은 주거 환경 이동 안전 여가 산업 교육 분야 등에서 우선 수행해야 하는 공공디자인 과제를 도출하고 있으며, 이는 부산시 대부분의 운영체계와 관련된다.

부산시민에게 최선의 가치를 제공하는 공공디자인은 부산시의 프리미엄(Premium) 가치를 창출하는 것과 이어진다. 프리미엄은 기대하는 가치를 뛰어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미래사회에 새로운 것을 지속적으로 창조하는 역량과 문화, 예술분야가 연대하는 능력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증대되는 가치로 설명할 수 있다.

부산시민이 열망하며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공공디자인 결과는 품격과 신뢰 그리고 소통의 과정을 충족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부산시민을 위한 프리미엄 가치는 부산사회와 산업을 혁신하는 과정에서 창출된다. 프리미엄 가치를 창출하는 공공디자인을 위해서, 부산디자인 역량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함께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