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수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라는 노래가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노래를 부른다기보다는 그저 ‘말’을 하는 것 같은 노래 형식이 특이하다. 그에 더해 장기하가 출연한 ‘유희열의 스케치북’ 동영상을 보면, 노래를 부르는 중 가수가 허공으로 날아오르는데 마치 한 편의 서커스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 노래의 유행을 단순히 ‘형식’이나 ‘연출’ 때문이라고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에 못지않게, 이 노래가 사람들의 관심을 얻는 것은 노래의 가사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고 가사 자체가 아주 복잡하거나 심오하지는 않다. 그저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가 계속하여 반복되는 것이 가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이 노래는 요즘 시대상을 꿰뚫었다면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 시대의 화두인 ‘자랑’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그렇다.

바야흐로 자랑의 시대다. 인스타그램 등 SNS는 온통 자랑의 현장이다. 지난 주말에 간 레스토랑, 휴가 때 즐긴 호캉스, 근사한 몸매, 자동차와 명품백 등 그야말로 자랑거리로 SNS가 넘쳐나고 있다. 과거에는 겸손이 미덕이었다면, 이러한 ‘플렉스(FLEX)’ 문화에서는 오히려 자랑이 미덕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랑해도 부럽지 않어”라는 말은 그런 점에서 정곡을 찌른 면이 있다. 왜냐하면 자랑하는 사람은 언제나 상대방에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랑해도 상대가 나를 부러워해 주지 않는다면, 그만큼 공허한 자랑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타인으로부터 부러움을 얻기 위하여 자랑한다. SNS로 치면, 타인들로부터 좋아요나 공감, 댓글을 얻기 위해 자랑한다.

그렇기에 아무리 자랑해도 부럽지 않다는 말은 자랑하는 사람을 허탈하게 한다. 나아가 그에게는 괜히 ‘찔리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 ‘자랑하는 거 꼴 보기 싫으니까 그만하라’가 아니라 ‘얼마든지 자랑해 그런데 난 하나도 안 부러워’라고 하는 것이 더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없애버린다. 어쩌면 이 노래는 모든 ‘자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경고장 같기도 하다.

그런데 묘한 것은 이렇게 “부럽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쓸쓸함이다. 장기하가 출연하여 노래 부른 ‘유희열의 스케치북’ 영상을 보면, 그는 묘하게도 쓸쓸한 표정의 어떤 주체를 연기하는 것 같다. 실제로 그의 의도가 어떤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아무것도 부러워하지 않는 사람은 외롭고 쓸쓸할 수 있다.

부러워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 누구도 자랑하지 않을 것이다. 시험 합격도, 결혼이나 출산도, 그 밖의 인생에서 일어나는 온갖 기쁜 일이나 성취도 그에게 굳이 말하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자랑하여 부러움을 사고, 다시 또 누군가의 자랑을 들어주고 부러워해 주는 관계를 맺으며 산다. 그렇게 서로 의존하면서, 자랑과 부러움과 기쁨을 나누며 살아간다. 그렇지만, 부러워하지 않는 사람과는 그러한 감정을 나눌 수 없다.

그렇게 보면, 이 ‘자랑’을 둘러싼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이 모두 드러난다. 자랑은 누군가에게 시기와 질투를 불러일으키고, 사람과 사람이 서로 적대하거나 미워하게 만든다. 한편으로 자랑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 의존하며 관계를 맺어나갈 때 필수적인 요소가 되기도 한다. 가족이나 친구 등에게 자랑할 수 없는 삶만큼 무미건조한 삶이 있을까? 어려운 시험에 합격해도 자랑할 사람 하나 없고, 귀여운 자식을 자랑할 사람도 하나 없는 인생은 참으로 쓸쓸하고 외로울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자랑’을 둘러싼 문화를 보다 좀 더 섬세하게 대할 필요가 있다. 자랑에 너무 심취하지도 않고, 자랑과 완전히 단절하지도 않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어떤 자랑은 누군가에게 시기심과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걸 기억하며 조심하되, 어떤 자랑은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데 필수불가결한 기쁨이라는 걸 기억하며 누릴 필요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