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의 현장에서 만난 동료와 서로의 운동 안부를 물었다. 필자는 오랫동안 크로스핏을 해오고 있으며, 동료 또한 실내 클라이밍을 꾸준히 하고 있었다. 각자 자신의 몸에 새겨진 근육을 자랑하면서 동시에 상대방의 몸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누가 보면 운동선수라도 되는 줄 알았겠지만 우린 그저 운동을 취미로 둔 사람들이다.

요즘은 운동을 건강관리를 위한 목적뿐 아니라 취미로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가 내놓은 2022 소비 트렌드 중 하나도 ‘헬시플레저’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도 연관이 없지 않다. 밖에 나가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고 이왕이면 즐겁게 건강관리를 하자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출판 쪽으로 보자면 운동에 관한 에세이가 눈에 띄게 늘었다.

필자가 꾸준히 하는 크로스핏은 짧은 시간에 고강도로 몸을 움직이는 운동이다. 운동하는 동안 비록 몸은 힘들지만 평소 잡다한 생각을 멈출 수 있어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기도 하니 이는 정신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몇 년 전 나이 앞자리가 바뀌면서 늘어난 나잇살을 줄여보고자, 또 집 나간 체력을 다시 붙잡아보고자 시작한 운동이지만 이젠 운동 자체가 재밌어서 하는 마음이 오히려 더 크다.

하지만 처음부터 운동을 즐긴 것은 아니었다. 건강관리 못지않게 날씬한 몸매를 얻으려 운동한다는 마음이 더 컸다. 날씬한 몸이란 개인의 체형과 에너지 소비량을 무시하고 미디어와 사회가 요구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이어서 웬만해선 거기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본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게 그 잣대는 더 가혹하다. 건강한 몸무게와 옷태가 잘 받는 몸무게가 따로 있고 몸매를 묘사하는 단어도 다양하다. 어찌 보면 마치 답이 정해져 있는 시험지 같았다. 그래서 운동 자체를 즐기기보다 꼭 해야만 하는 숙제처럼 생각했다. 동시에 내가 날씬한 몸을 타고났더라면 운동 따위 하지 않아도 될 텐데, 싶기도 했다.

그러다가 크로스핏을 시작했고 크로스핏을 하는 여성의 몸을 보게 되었다. 그들의 몸은 날씬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나올 데 나오고 들어갈 데 들어가야 한다는 공식을 뒤엎었다. 역기를 들어 올리고 철봉에 매달리고 물구나무서서 걷는 퍼포먼스를 펼치는 여성들의 몸은 남성 못지않게 강해 보였다. 결코 날씬하기만 해선 안 될 일이다. 근육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 그 단단함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몸은 매우 강하면서도 아름다웠다. 남성의 전유물 같았던 근육은 여성에게도 제법 잘 어울렸다.

나는 새로운 시험지를 집어 들었고 몸무게를 줄이려는 노력보다 적당히 힘을 키우는 데 더 집중했다. 요즘 말로 ‘근수저’였던 나는 근력 운동을 하는 만큼 몸이 커졌고 어느 정도 힘센 여성이 되어갔다. 승모근이 치솟고 커다란 삼각근에 어깨가 떡 벌어진 내 몸은 어쩌면 여자치곤 큰 게 아닐까, 싶은 죄책감이 가끔씩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하며 하루하루 발전하는 내 몸의 근력과 힘에 성취감을 더 자주 느낀다. 더는 숙제가 아닌 하나의 취미 생활로 운동을 대하면서 나의 취향을 발견한 셈이다.

운동마다 몸이 단련되는 방식은 다르다. 어떤 운동을 오랫동안 꾸준히 한 사람의 몸은 그 특이성이 더욱 부각된다. 대표적으로 마라토너의 몸이 그렇다. 그것은 흔히 여성이 가져야 할 아름다움의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유독 몸, 그것도 여성의 몸에 갖다 대는 미의 기준은 너무나도 천편일률적이다.

하지만 희망은 보인다. 건강관리를 제외하면 운동은 미용 목적뿐만 아니라 저마다의 취향을 지키고 단련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양한 운동은 선택의 폭을 넓히고 강함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생각해 보면 아름다움이라는 건 가치판단의 문제라 개인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가녀리고 날씬한 몸이 아름답다면 근육질의 힘센 몸도 아름다움에 속할 수 있다. 바라건대 각자가 가진 신체 특징과 취향에 따라 다양한 아름다움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