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멈추었던 해외출장 길을 2년3개월 만에 나선 곳은 흥미롭게도 두바이였다. 비행기 트랩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의 감흥은 아직도 가슴 안에 남아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7개 토후국 중 최대 도시이자 세계적으로 호화로운 도시, 새롭고 혁신적인 것을 경험하려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미래도시로 불리는 두바이에서 세계박람회가 열렸다.

중동, 북아프리카 및 남아시아지역에서 최초로 개최된 세계박람회인 2020두바이엑스포가 지난 3월 31일 폐막식을 끝으로 6개월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대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부도 직전까지 내몰렸던 두바이가 엑스포를 재도약과 발전의 발판으로 삼아 ‘마음의 연결, 미래 창조(Connecting Minds, Creating the Future)’를 주제로 세계를 향해 문을 열었다. 코로나 팬데믹의 암울한 시기였지만 전 세계의 관람객이 두바이로 몰려 192개국 2000만 명을 기록하며 목표를 달성했다. 두바이엑스포에서 영감 넘치는 사람과 공간을 만나면서 2030부산세계박람회에 유치에 나선 부산과 연결되는 부분이 떠올라 몇 가지 정리했다.

첫째, 비수도권 도시이지만 중앙아시아의 주요 환적항만인 두바이항의 지정학적 위치의 강점을 살린 허브도시 두바이는 지구의 정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리적 강점을 지닌다. 이에 따라 항만, 공항 등 인프라를 탄탄하게 구축해 중동지역의 허브도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두바이 국제공항은 매주 수천 편의 항공기가 운항하는 세계적인 국제공항이다. 수도인 아부다비보다 더 많은 사람이 찾아 두바이 국제공항은 현재 전 세계에서 이용객이 가장 많은 공항 중 하나이다. 엑스포를 준비하면서 두바이 사우스(Dubai South) 대규모 개발 사업의 일부로 알 막툼 국제공항(DWC)을 추가로 개발했다. 이곳은 연간 1200만ｔ의 화물과 1억6000만 명에서 2억6000만 명의 이용객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로 세계 최대 허브 공항으로 거듭났다.

부산도 입지적으로 유럽과 미주를 잇는 최적의 요지에 자리 잡고 있다. 부산에는 고부가가치 환적물동량 처리와 관련해 세계 2위의 글로벌 교역항인 부산항이 있다. 반면 부산의 국제공항은 유럽과 미주로의 직항로 한 편 없는 말뿐인 국제공항이다. 세계적인 교역항을 가진 해양도시 부산에 유럽 직항노선이 없는 것을 누가 이해하겠는가. 전 세계적으로 공항은 사람뿐만 아니라 화물을 운송하는 주요 거점이다. 화물의 비중이 평균 60% 이상을 차지하기도 한다.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가덕신공항 건설이 순항해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성공한다면 부산이 세계 무역 물류 관광의 중심지로서 아시아 허브 역할을 하는 날을 고대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엑스포를 통해 이루어낸 도시 재건이다. 1889년 파리엑스포에 맞춰서 프랑스가 에펠탑을 선보였고 에펠탑은 파리의 상징이 됐다. 두바이도 두바이 크릭 타워(Dubai Creek Tower)를 선보였다. 또 엑스포 행사를 위해 두바이 전체를 재개발하고 엑스포 접근성을 높이고자 지하철 노선을 추가했다. 여기에 세계에서 가장 큰 액자로 유명한 건물이자 유리궁전으로 두바이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 과거와 미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두바이 프레임, 인공섬을 개발해 세계에서 가장 큰 대관람차 ‘아인 두바이’를 설치했다. 이와 함께 해변에서 도심과 자연을 동시에 즐기면서 휴식과 엔터테인먼트를 주는 상업 시설과 5성급 호텔 등의 블루 워터 아일랜드, 미래박물관 등 많은 창의적인 도시 개발 프로젝트들이 엑스포 준비를 하는 동안 이뤄졌다. 두바이 사례를 참고해 부산 또한 엑스포 호재를 도시 재건의 새로운 기회로 삼길 기대한다.

셋째, 글로벌 도시 브랜드 상승이다. 엑스포를 유치하는 과정과 엑스포를 준비하고 치르는 모든 일련의 과정들은 글로벌 사회에 노출된다. 즉 부산이란 도시가 전 세계에 보여진다는 의미다. 이것은 도시 홍보와 관련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절호의 기회다. 해외에서 “부산을 아십니까?”라고 물어보면, 부산을 아는 사람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글로벌 도시브랜드 인지도 순위권에서도, 살고 싶은 세계도시 순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부산은 도시 이미지와 브랜드가 국제사회에서 매우 취약한 편이다. 한마디로 해외에서 부산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내가 사는 도시가 글로벌 도시 브랜드 파워에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에서 상위권을 차지해 청년에게, 지구촌 시민에게 미래가 있는 살고 싶은 도시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부산을 아십니까?” 전 세계 어느 곳에서 물어보더라도 고개를 반갑게 끄덕여줄 사람을 쉽게 만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