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동권을 내세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서울 지하철 시위에 대해 연일 비판을 쏟아내면서 ‘언더도그마’를 언급했다. 이는 약자를 뜻하는 언더독(underdog)과 맹목적 견해나 독단을 뜻하는 도그마(dogma)의 합성어다. 약자는 무조건 선하고 강자는 무조건 약하다고 인식하는 현상이다. 이 대표는 지난 28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 관점으로 불법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 6일부터 서울에서 출근길 지하철 승차 시위를 벌여왔다. 사회적 이슈가 되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29일 전장연 대표자들을 만났고 이들은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 및 예산 마련 등 내용이 담긴 요구안을 전달했다. 또 전장연 측은 지하철 승차 시위를 잠시 멈추고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 등을 촉구하는 삭발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특히 이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이 대표는 사과를 거부하고 같은 당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부터 전장연의 시위 강도가 높아졌다고 31일 주장했다. 전임 박원순 시장 때까지만 해도 지하철 운행을 멈추게 하는 등 강도 높은 시위를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의 주장이 타당한 면도 있으나 적잖은 허점이 있다. 시장의 소속 정당이 장애인들의 요구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나 이들을 배려하는 문화가 선진국만큼 성숙하지 않은 게 우리의 현실이다. 실제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이 펴낸 ‘2021 장애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장애인 복지예산 비율은 0.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02%)의 3분의 1도 안 된다. 구조적 상황을 외면한 채 ‘언더도그마’라며 장애인의 이동권 투쟁을 비하하는 것은 문제다. 전장연을 ‘비문명’과 ‘불법적’ 단체로 몰아세우는 것도 안된다. 시민이 출근길 불편을 겪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 공당의 지도자가 할 언사는 아니다.
이 대표가 성별 갈등에 이어 일반인과 장애인 구도의 갈라치기 정치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물론 전장연의 시위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들이 오죽했으면 지하철 시위에 돌입했는지 돌이켜봐야 한다. 그게 정치의 기본인 공감이다. ‘언더도그마’를 강조하기 앞서 스스로의 ‘공감지수’를 반성하는 게 우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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