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충격과 미국 등 주요국의 급격한 긴축전환, 글로벌 공급망 문제 등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양극화 심화, 저성장의 고착화와 함께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로 생산가능 인구도 급감하기 시작했다. 대전환기를 맞아 모든 국민이 행복한 세상은 기존 소수 대기업 성장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용의 83%를 차지하는 688만 곳 중소기업이 성장과 고용의 중심이 돼야 한다. 이제는 중소기업이 경제의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당당히 등장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국민경제의 주축인 중소기업을 키우는 길만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지름길임이 분명하다.

한 달 뒤인 5월 10일에는 새 정부가 출범한다. 나랏일은 공직자만의 의무가 아니라 국민도 함께 나누어지는 것이라,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최우선 과제로 중앙집권-수도권 일극 체제를 지방분권-지역 다극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면 수도권 집중 문제 해결과 중소기업 성장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 이를 위해 부산은 가덕신공항 건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등 주요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특히 가덕신공항은 건설과정의 경제적 파급효과 함께 광역 교통망 구축, 신성장 첨단산업 집적, 메가시티 구상 실현, 관광·마이스 산업 도약 등 지역의 발전적 미래상을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문제의식과 해결의지를 가지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산하에 지역균형발전 특별위원회를 설치한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해결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기업의 총매출액은 대기업 52%, 중소기업 48%를 차지해 비슷한 수준이지만, 이익률은 0.3%의 대기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57%를 가져가고, 99%의 중소기업은 25%에 불과하다. 성장도 좋지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대·중소기업 간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해결을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자발적인 상생협력의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고,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새정부에서는 대통령 직속의 상생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은 현장을 잘 아는 중소기업계 대표로 임명해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고용과 노동정책의 균형이 필요하다. 고용이 없는 노동은 있을 수 없듯이 노동시장의 유연화 없이는 일자리가 늘어날 수 없고, 우리나라 발전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 특히 주52시간제는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 현실에 맞게 노사가 합의하면 월과 연 단위로 근로시간을 유연화 해 일할 권리와 돈 벌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재예방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초점을 맞춰 기업인들의 걱정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기업승계제도 현실화와 규제 개혁, 실패를 용인하고 재도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70세 이상인 중소기업 대표가 1만 명을 넘어섰고 베이비붐 세대들이 매년 70만~80만 명씩 노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수의 장수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일본처럼 중소기업 승계지원법 제정 등 기업승계 원활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영위하면서 코로나19와 같은 예기치 못한 경제위기로 쓰러진 기업인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재도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꿈과 아이디어를 가진 많은 청년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창업에 적극 도전할 수 있다.

기업을 옥죄는 규제는 네거티브 방식을 채택해 규제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 기업 의욕을 떨어뜨리고,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 그래야 민간기업이 중심이 돼 신규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폐업업체 증가 등으로 노후 산업단지 공동화 현상이 심각한 만큼 산업단지 네거티브존(업종특례지구) 업종 제한을 더욱 완화해 산업단지 내 다양한 기업의 입주를 유도하고 활력을 제고해야 한다.

올해는 1962년 설립된 중소기업중앙회가 창립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창립 당시인 60년 전 대한민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82달러로 최빈국이었다. 아프리카의 최빈국이었던 가나는 179달러로 우리나라의 2배가 넘었다. 그 당시 1호 수출품 목이 가발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수출은 앨범, 완구에서 금성텔레비전과 포니자동차로 발전해 지금은 스마트폰과 반도체 등 글로벌 첨단산업으로 확대돼 세계 8위의 무역 강국으로 성장했다. 그 이면에는 묵묵히 산업현장에서 피땀 흘려 노력한 숨은 영웅인, 중소기업인과 근로자가 있었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경제정책의 중심을 중소기업에 두고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이끌어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