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개한 스마트폰 ‘갤럭시 S22’에는 삼성전자가 한화솔루션(자회사 한화컴파운드)과 함께 개발한 폐어망 재활용 소재가 사용됐다. 삼성전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를 위해 지속 가능한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고 해양 생태계도 보호하는 이번 사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끝난 국제모바일기술박람회(MWC 2022)에서도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지구온난화, 정보격차 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기업들의 ICT ESG 경영 열풍이 불었다. 삼성전자는 자사 MWC 2022 전시장에 ESG 코너를 설치해서 갤럭시S22 시리즈 등에 폐어망 재활용 소재를 활용했다는 내용 등을 담았다.

우리나라 현대·기아 자동차도 작년부터 좌석시트나 팔걸이에 투명 페트병에서 뽑아낸 재생 섬유 소재를 사용하고, 재활용 어망으로 차량매트를 제작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일찍부터 ESG 경영의 일환으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는 팔리(Parley for the Oceans)와 협력해 2015년부터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한 신발을 출시하고 있다.

외국 자동차 업계도 폐어망 재활용에 적극적이다. 독일 BMW 자동차는 전기차 내부 바닥재를, 미국 전기차 업체 피스커(Fisker)는 카펫을 폐어망에서 뽑아낸 원사로 만들고 있다. 스웨덴 볼보자동차도 폐어망과 로프를 재활용한 플라스틱 소재로 콘솔 박스를 제작하고 있다.

어망은 크게 나일론(Nylon) 폴리에스테르(PET) 폴리에틸렌(PE)의 재질로 구분되는데, 원사를 추출해서 재생 섬유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주로 나일론 소재의 폐어망이어서 재활용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같이 폐어망에 배합기술을 적용해 작은 알갱이 형태의 펠렛(Pellet)을 만들어 제품 제작에 활용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 포드는 세계 최초로 ‘100% 재활용 해양 플라스틱’으로 만든 배선 고정용 클립을 양산차에 적용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지난해 9월에 해양 플라스틱으로 만든 ‘오션 플라스틱 마우스’를 출시했다. 내부기판과 센서를 제외한 외장재는 20%의 오션 플라스틱이 포함된 재활용 플라스틱이 사용됐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복합 재료 사용으로 재활용이 불가능하지 않도록 추가 재료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외장재를 포함한 모든 부속을 다시 자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생산 단계에서부터 기획하고 설계했다.

플라스틱 규제에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EU는 2021년 3월에 플라스틱 제품의 생산단계부터 재활용까지 고려하는 순환경제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제조→활용→폐기’의 기존 선형경제에서 ‘생산→소비→폐기물 관리→재활용’의 순환경제로 바꾼다는 전략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션 플라스틱 마우스는 생산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을 고려하는 EU 순환경제 전략과 일치하는 제품이다. 지난달에 EU 환경담당 집행위원은 2050년 탈탄소 목표를 달성하려면 화석연료의 사용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생산 및 사용도 지속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라스틱 제품의 생산단계부터 규제가 필요함을 강력히 언급한 것이다.

지난 2일에 끝난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5.2)에서 회원국들은 ‘플라스틱 오염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을 마련키로 했다. 총회에는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오염 문제에 초점을 맞춘 결의안과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유통·소비·재활용·처리까지 전 생애주기별 관리가 필요하다는 결의안이 제출됐는데, 결국 후자가 채택된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정부간 협상위원회’에서 협약 내용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겠지만 플라스틱 생산 감축, 플라스틱 대체 소재 개발과 기술표준화를 포함해 생산단계부터 재활용까지 전주기 관리를 위한 국제 규제가 강화될 전망이다.

EU의 플라스틱 순환경제 전략에 이은 이번 유엔환경총회의 ‘플라스틱 오염방지 협약’ 제정 결의안 채택은 ESG 경영 강화를 위해 해양플라스틱 쓰레기 재활용에 노력해 온 기업들의 전략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폐어망 등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1회의 재활용에 그치지 않고, 재활용 플라스틱 제품을 다시 자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게 제품 생산단계에서부터 기획·설계하는 ‘전주기 관리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