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동안의 긴 노력을 바탕으로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 시대가 시작된다. 산업화 과정에서 몸집이 커진 부산 울산 경남이 그동안의 각자도생의 시간을 마치고, 다시 원래대로 고유했던 하나로 돌아온다. 부울경은 더 큰 하나의 특별자치단위로 승격하여 행정통합 지역분권 내적 독립을 시작하고 곧 부울경 통합의회가 생기고 특별지방자치단체장이 등장하고 통합청사도 개청을 한다.

11세기 이탈리아반도의 북부 항구도시 베네치아는 주변 지역과 같이 하나로 통합하여 도시국가로 독립을 하게 된다. 다른 지역의 도시국가에 비하면 출발이 늦었지만 그 후 산업생산이나 교역역량 문화기반 안보능력 주민생활 등에서 여타 도시국가를 능가하는 눈부신 성장을 하게 된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베네치아의 성공이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단 한 번도 외부의 지배를 받지 않은 삶의 동질성과 문화적 고유성을 지닌 지역이라는 점과 12세기부터 두드러진 조선업의 지역 통합적인 힘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조선업의 발달은 후일 베네치아의 해군력을 막강하게 만드는 기반이 되었고 명실상부한 최고의 국제경제도시, 국제무역항으로 긴 세월 화려한 부강을 뒷받침했다.

부산에서 시작한 한국의 조선업은 울산을 거쳐 거제에서 꽃을 피웠다. 이제 부울경이 하나의 특별자치단체로 통합승격하면서 사실상 세계 최대의 조선해양산업 메카(mecca)가 자연스럽게, 곧 부울경 일대가 된다.

이번에 울산의 한국조선해양과 거제의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을 반대한 유럽연합의 속내도 겉으로는 액화천연가스 수송선의 독과점을 내세웠지만 머지않아 부울경이 세계 조선업의 거대한 지리적 메카가 될 것을 미리 경계한 탓이다.

이제 한국 조선해양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은 바로 부울경 메가시티의 미래성장전략의 핵심적인 축이다. 당장 부울경조선해양미래위원회(가칭)를 산학연관의 통합기구로 만들어 중앙정부와 공조하면서 직접 국제사회로 나아가 지역 내 조선해양산업 육성을 위한 외교통상활동의 외연확장부터 길을 닦아야 한다. 무엇보다 부울경과 주요 조선수요자 국가들과의 이해협력 증진과 친선관계의 강화 문제가 시급하다. 지금 유럽은 프랑스 덴마크 노르웨이 등 대형 유조선과 가스운반선 선사들이 있는 나라끼리 상호 협력하면서 조선건조 대국인 한국 조선산업이 계속 내부경쟁을 하는 구조가 유지되도록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

지금 중앙정부는 다른 산업의 국제적인 갈등문제와 병렬선상에서 조선업의 국제현실을 다루어야 하는 입장이어서 부울경 내부 민심이 느끼고 있는 조선해양산업 보호의 절박함이나 긴박함에서는 부득이 한 발 물러나 있다고 본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특별자치단체로 승격한 부울경에서 장차 조선해양산업이 가지는 경제적 비중이 얼마나 크고 절대적인 사안인지를 국가 전반에서 실감 있게 여기고 있을 상황이 아님이 분명하다.

스페인도 나라의 생산경제를 주력으로 이끌어 가는 카탈루냐 지역의 주민경제 이익을 소홀히 다루는 중앙정부에 대해 실망한 현지 주민이 줄기차게 지속적인 분리 독립의 운동을 전개하고 있듯이 특정지역의 지역주민이 먹고 사는 생존의 문제가 중앙정부의 종합대책에서 후순위가 되기 일쑤이다. 이렇듯 부울경 지역에서도 주민이 비상한 인식으로 하나가 되어 지역의 전래 고유산업이자 국제지배력 제1의 산업인 조선해양산업을 우리가 보호육성하지 않으면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다는 위기의식을 전 주민이 공감할 시기이다. 부울경이 다시 강력한 정치력과 사회통합과 경제적인 성장동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는 당면한 산업생산기반 확충과 일자리 창출을 주제로 주민의 공동행동력과 집단의지의 결합이 필요하다. 그 첫 주제로 부울경 “조선해양메카시티” 주창을 제안하고 싶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다시 서방과 공산권의 동맹대결로 복귀하려 한다. 지금 EPN을 이끌고 서방경제동맹을 결성해가려는 미국이 있고 이런 시대적 배후 속에서 부울경이 한반도 역사의 뿌리로 돌아가 다시 하나가 되는 메가시티로 출범한다. 한국의 동남지역 미래가 참 경이롭게 느껴지는 요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