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유력한 대선 후보와 무속 사이의 수상한 관계에 대한 의혹과 문제제기가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뜨겁게 달구고 있다. 요즘 시대에 무슨 그런 해괴망측한 방법으로 정치를 하느냐는 비난에서부터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반응들이 나왔다. ‘현대인’들은 주술이나 부적을 전근대적인 삶의 유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과학기술시대의 첨단을 지나고 있는 오늘날의 시각에서 볼 때 당연한 논리다. 반면에 ‘아직도’ 무속신앙과 결부된 문화를 버리지 못하고 마치 삶의 보호막처럼 의존하거나 기대는 이들도 적지 않다.

쇼펜하우어조차 “그처럼 많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어디서나 항상 추구해온 주술적 사고에 대한 끈질김은 놀랄 만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주술은 견고한 뿌리를 지니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고 말했다(‘자연에서의 의지에 관하여’). 염세적인 독일철학자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일종의 ‘주술적 문화와 사고’는 오늘날까지도 일상 곳곳에 촘촘히 박혀 있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쉬운 예로, 어젯밤 꿈이 여간 예사롭지 않아 로또를 사는 경우를 생각해보라.

오랫동안 전승된 무의식적인 강복(降福) 심리가 아직도 강력한 삶의 주춧돌로 작용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과연 지금의 시간대와 원시의 까마득한 시간대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가까운지, 심지어 얼마나 두 시간대가 겹쳐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한 찬반이나 옹호여부를 말하고 싶지는 않다. 사람에게는 항상 닥치지 않은 앞날에 대한 불안과, 정보를 알길 없는 상대에 대한 방어심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낭떠러지 가까이에 다다른 자가 풀 한포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이나, 어떤 예측도 할 길 없는 공간에서 마냥 하늘만 올려다보며 중얼거리는 마음도 이와 같다.

주술적인 문화와 사고가 인간의 나약함에서 비롯되었다든지, 아니면 눈에 보이지 않는 ‘초자연적인 힘’을 통해서 자신이나 공동체의 안녕을 유지하려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잃지 않고 있다. 확실한 점은 유한한 인간이라는 특징과 외부의 힘을 빌어 보호를 받으려는 의식은 서로 통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조차 ‘믿으려’ 하지 않는다. 불신이 있고서 주술이 뒤따라오는 게 아니라, ‘주술적 장치’를 마련하고서야 우리 스스로를 믿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모든 문화에는 그러한 문화가 생길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동기가 있다. 주술문화든 첨단 과학기술문명의 발달에 따른 기술문화든 마찬가지다. 대선후보가 보여준 ‘깜짝 놀랄만한’ 무속관련 개연성이나, MZ세대에서 확산하고 있는 밈 현상(meme·하나의 완성된 정보가 살아있는 것처럼, 말과 문자를 매개체로 세대를 넘어 보존 전파되는 현상. 이른바 ‘짤’ 이미지와 동영상이 주목받고 모방되면서 유행하는 놀이가 이에 속한다)의 유행도 가장 깊은 근저에 흐르는 맥락은 동일하다.

그 속에는 마치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마음을 공고히 하는 메커니즘이 숨어 있다. 두려움이나 불안과 같은 단순한 심리작용만으로는 설명할 길도 해명할 길도 없는 그 메커니즘이란 과연 무엇일까. 주술을 신봉하는 자는 주술을 행함으로써 생겨날 어떤 효과를 신봉하는 게 아니라, ‘주술행위’라는 ‘의식(儀式)’에 참여함으로써 ‘배제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는 마음의 평온을 갈구한다. 또래들이 한참 어떤 놀이에 빠져 있을 때, 놀이의 효과나 재미 여부와는 관계없이 자신도 동참해야지만 무리의 일원에서 ‘배제되지’ 않겠다는 마음이 생기는 원리와 다를 바 없다. 지엽적인 사회현상이 시간을 먹고 자라면서 문화가 된다. 하지만 문화가 무조건 존중받을 만한 것이라거나 유익하다고 해서 사람들 사이에 전승되고 확산되는 건 아니다. ‘전쟁문화’란 말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저런 빛과 그늘을 차치하더라도, 문화는 사람들에게 경계를 벗어나지 않는 삶과, 그렇게 해서 생겨나는 공동체 내부의 결속과 유지의 ‘유익성’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무리에서 이탈하거나 무리 바깥에 있는 존재는 늘 위험한 딱지를 달 수밖에 없다. ‘이방인’은 사회의 분열과 궤멸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로 오랫동안 여겨져 왔다. 우리 사회의 이방인들은 누구인가.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물어본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어떤 이슈나 정치적인 쟁점을 두고 갈등을 겪으면 서로서로가 이방인이 된다. 즉 결코 동화될 수 없는, 그래서 반드시 물리치든지 아니면 적어도 상대에게 흡수당하지 않아야 하는 존재로 둔갑하는 ‘우리들’이다. 증오와 환멸의 집단적 갈라치기는 오늘도 여전하다. 선택과 판단은 오로지 자신들의 몫이지만, 자신들의 판단에 동조하지 않는 이들에게 덧씌우는 저주와 모멸 또한 ‘주술문화’의 세속적 양상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