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200원을 넘어서면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연반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상과 긴축속도가 시장의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공포에 미 채권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국내 채권금리도 단기채를 중심을 급등하는 추세에 있다. 국내외 증시의 하락소식에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화의 강세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다 미국 FOMC가 테이퍼링(Tapering; 양적완화 축소)선언을 공식화 하고 있고, 국내수출 증가세가 주춤한 것도 달러화의 강세요인인 것이다.환율과 관련한 여러 가지 이론적 근거가 있다. 이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고 지나가도록 하자. 우선 ‘피셔효과(Fisher Effect)’는 두 나라간의 명목이자율 차이는 같은 기간 동안 두 나라의 예상물가상승률의 차이와 같을 때 균형을 이룬다는 이론이다. ‘구매력 평가설’은 기본 전제가 구매력(Purchasing Power)이 동일(Parity)해지는 환율을 추구하되 ‘일물일가의 법칙’을 전제로 형성된 이론이다. ‘일물일가’란 동일한 품질의 상품은 전 세계 어디서나 시장에서 같은 가격으로 거래됨으로 국제적 차익거래를 통하여 이익을 얻을 수 없음을 뜻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Economist)잡지가 1986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빅맥지수’도 구매력 평가설을 이용하여 각국의 환율수준을 간편하게 측정하려는 간이지수의 하나다. 맥도널드의 빅맥(Big Mac)햄버거가 80여 개국에서 동일한 재료로 조리된다는데 착안한 것이다. 유사한 구매력평가 간이지수로는 ‘카페라떼(Cafe Latte)지수’과 ‘갤럭시(Galaxy)지수’가 있다. ‘이자율 평가설’은 이자율(Interest Rate)의 효과가 동일(Parity)해지는 환율수준을 추구한다는 이론이다. ‘이자율 평가설’은 선물환율 결정에도 이용되는데 선물환율은 현물환율과 Swap Rate(통화의 현물환율과 선물환율의 차이)의 합이다. Swap Rate는 이자율의 차이로 결정된다.‘국제피셔효과’는 일정기간동안 환율의 예상변화율은 양국의 이자율차이와 같을 때 균형을 이룬다는 이론이다. 이자율의 차이로 인해 이자율이 높은 나라의 통화는 상대통화에 대하여 이자율 차이만큼 평가 절하되어 균형을 맞추게 된다. 즉 금리가 낮은 통화는 평가 절상되며, 금리가 높은 통화는 평가 절하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마지막으로 ‘기대이론’은 선물환율은 미래 환물환율에 대한 가장 객관적인 기대치(Unbiased Expectation)를 반영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선물환율이 현물환율에 비하여 강세로 결정되면, 미래의 현물환율도 현재의 현물환율보다 강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는 이자율이 낮은 나라의 통화가 상대통화에 대하여 이자율의 차이만큼 평가 절상되기 때문이다.실제로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국내경제지표보다는 미국의 경제지표와 관련된 영향이 크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의 경제지표에 따라 달러화의 강세와 약세가 결정되고, 여타 국가들의 통화는 상대적인 약세와 강세의 흐름을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달러화에 영향을 주는 경제지표들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이란 한 국가에서 일정기간 내(분기 또는 연간) 생산된 모든 상품과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말한다. 수치는 매달 3~4주경에 추정치, 예비치, 확정치 순서로 세 번에 걸쳐 발표된다, 이 중 1월, 4월, 7월, 10월말에 발표하는 추정치(Estimate)가 가장 영향력이 크다. 2월, 5월, 8월, 11월말에는 예비치가, 3월, 6월, 9월, 12월말에는 확정치가 발표된다. 절대적인 수치보다는 전문가들의 예상 치와 비교한 수치를 시장에서는 더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절대적인 수치로 경제성장률이 크게 증가하였더라도 예상수치에 못 미치면 달러는 약세를, 실제 발표된 GDP성장률이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면 달러는 강세를 보이게 된다.고용지표(Employment Situation)는 노동시장의 여건을 반영하는 경제지표다. 이 중 비농업분야(Nonfarm Payrolls)고용지표가 가장 중요하다. 매월 첫째 주 금요일에 발표되며, 기업 및 정부기관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수의 변화를 나타낸다. 비농업분야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좋아지면 달러는 강세를 보인다. 경기가 좋아지는 것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주간평균 노동시간(Average Workweek), 실업률(Unemployment Rate), 시간당 평균임금(Average Hourly Earning) 등도 고용관련 지표다.

실업수당 청구건수(Jobless Claim Report)는 미국 전역에서 처음으로 실업수당을 신청한 사람들의 숫자를 말한다. 매 주간단위로 발표되기 때문에 경제 상태를 지체 없이 실시간에 가깝게 보여준다. 청구건수의 증가는 고용의 악화를 의미하기에 예상치보다 늘어난다면 달러가 약세를 보이게 된다. 반면 청구건수의 감소는 고용사정의 개선을 나타낸다. 다만 주간통계이기 때문에 등락이 심하다. 따라서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4주간 이동평균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매주 목요일 발표되며 달러의 향방을 살필 수 있는 유용한 지표 중 하나다.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s Rate)는 미국은행 간 무담보로 이루어지는 초단기 자금거래에 적용되는 금리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 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으로 삼고 있는 금리다. 금리를 올리겠다는 결정에 따라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최근 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생산과 소비 중 소비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내구재와 비 내구재를 포함(서비스 제외)한 소매업 판매량 월별변화율을 나타내는 ‘소매판매(Retail Sales)’도 중요하다. 소비자들의 소비패턴 변화를 가장 빨리 반영하기 때문이다. 소비부문이 미국 GDP의 2/3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므로 경제성장 가능성을 가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매월 14일경 발표되며 소매판매 실 제치가 예상치보다 수치가 높으면 달러강세 요인이 된다.

공급관리협회(Institute for Supply Management)에서 실시한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ISM 제조업지수’는 각 기업의 구매부장의 여론을 통해 경기전환을 판단하는 지표다. 경기 사이클(Cycle)에 선행하는 성격이 있어 경기의 변화를 해석하는데 유용하다. 전월대비 상대적 호전여부를 판단한다. 지수가 50%이상이면 경기확장을 50%미만이면 경기수축을 의미한다. 매달 2일경 발표하며, ISM제조업지수 역시 실제 발표수치가 예상치보다 높으면 달러강세요인으로 작용한다.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소비자신뢰지수(Consumer Confidence)’가 있다. ISM제조업지수가 기업의 구매부장이 조사대상이라면 소비자 신뢰지수는 가계의 소비자들이 경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설문을 통해 작성하는 지표다. 경기선행지수로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가장 관심을 두는 요소 중 하나다. 미국 컨퍼런스 보드(Conference Board)에서 현재 지역경제 상황과 고용상태의 6개월 후를 전망하기 위해 사용한다. 매월 마지막 목요일에 발표한다. 소비자 신뢰지수가 예상치를 상회할 때 달러의 강세요인이 된다.

한 달 동안의 기존주택의 매매건수와 지역별 평균매매가격을 나타내는 ‘기존주택판매지수(Existing Home Sales)’는 주택경기에 대한 단면뿐 아니라 경기회복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일반적인 경우 불경기를 벗어나는 시점에 주택판매가 증가한다. 따라서 불경기인 상황에서는 조금 더 주목해서 살펴보는 지표다. 주택판매는 냉장고, 세탁기, 가구뿐 아니라 각종 생활용품에 대해서도 신규수요를 창출하는 등 파급효과도 크다. 매달 25일경 발표되며, 기존주택판매 실제수치가 예상치보다 상회 시 역시 달러의 강세요인이 된다.이와 같이 미국에 국한해 보더라도 달러화의 강세와 약세에는 다양한 지표가 영향을 준다, 국내 원화와 비교한 상대적인 원/달러 환율변화에는 양국 간의 물가와 금리뿐 아니라 긴박한 대외 거시금융상황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준다. 외국인들이 원화가 강세의 흐름으로 접어드는 시점에 시장에서 우호적인 포지션(Position)을 보였음을 감안할 때 지금과 같이 환율이 상승하는 구간에서 투자자들의 기본적인 자세는 보수적인 시각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