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가장 고령화 속도가 빠른 부산의 도시철도 무료 이용 승객이 해마다 늘고 있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매년 발생하는 1000억~1400억 원 규모의 무임승객 손실분을 부산시에서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도시철도 무임승차 제도상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손실액을 전액 부담하도록 돼 있어 그 금액은 모두 시민 세금으로 충당된다. 도시철도 무료 이용 승객의 대부분을 65세 이상 연령층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실을 반영한 제도 개선과 함께 정부 차원의 무료 승객 손실분 지원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다.

도시철도 무료 이용 승객에 따른 손실 증가는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부산은 구조적으로 문제를 안고 있다. 부산이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심각한 고령화 사회인 탓이다. 실제 고령화지수(14세 이하 유소년 인구 100명에 대한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를 따져보면 부산은 지난해 189.4로 전국 평균(138.8)보다 무려 50.2포인트 높았다. 부산의 고령화지수는 2019년 162.8에서 2020년 175.2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시내버스에서 도시철도로 갈아탈 때 100원(어른 1구간 기준)만 내면 되는 환승 승객을 더한 사실상 열차 무료 이용자는 지난해 전체 승객의 42.9%(무임 31.5%, 환승 11.4%)로 집계됐다. 이 비율은 2017년 39.4%에서 2018년 40.2%, 2019년 41.6%, 2020년 42.4% 등으로 매년 느는 추세다. 환승 승객은 매년 11%대를 유지한 반면 무임 승차 비율은 2017년 27.6%에서 꾸준히 늘면서 지난해 31.5%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속화하는 부산의 고령화와 맞물려 도시철도 무임승차 비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무임승차가 차지하는 재정 손실 비중도 부산이 전국 도시철도 중 가장 크다.

무임승차제도의 시작은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만 70세 이상 노인에게 대중교통 요금 50%를 할인해 주던 제도를 확대해 1984년부터 만 65세 이상도 지하철(지금의 도시철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비용은 지자체가 부담하게 했다. 대상은 65세 이상을 포함해 장애인, 유공자, 만 6세 미만 유아 등이다. 무료 운임 정책은 노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일종의 복지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40년 가까이 변함없이 이어진 무임승차 제도가 급속한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에 따라 논란의 불씨로 떠오른 지 이미 오래다.

때 맞춰 내일 부산교통공사를 비롯해 전국 6개 지역 도시철도 운영기관장과 노조위원장이 모여 무임승차 손실에 대한 국가 부담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하고 각 당 대선 후보 측에 전달하기로 했다. 이들은 “도시철도의 재정 적자 상당 부분이 정부 정책에서 기인한 만큼 정부가 일정 부분 책임 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내용 중심으로 건의문을 확정할 계획이다. 일리 있는 요구다. 정부의 긍정적인 정책 변화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