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각 진영에서는 치열하게 선거 운동을 하며 서로 자기들이 당선되지 않으면 국가의 위기가 온다는 말도 한다. 어쨌거나 좋은 정책들로 국민의 삶을 조금이나마 더 낫게 만들어 준다면 더 바랄 게 있겠는가.

지금까지 있었던 많은 선거를 되돌아보면 후보들의 정책보다 다른 요소가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경우가 많았다. 말실수를 했다든가, 태도가 나빴다든가, 자녀가 군에 다녀오지 않았다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 언론도 후보의 정책을 깊이 다루기보다는 그들의 일정이나 가십거리 정도에 불과한 내용을 중요하고 세세하게 보도하는 경우가 많다. 보도 내용에 관해 이러한 점을 지적하면 국민이 정책보다는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많기에 어쩔 수 없이 그러한 내용 위주로 보도할 수밖에 없다는 변명을 한다.

우리나라의 언론은 다른 나라보다도 정치의 보도 비중이 훨씬 높은 편이다. 유교가 정치철학이며 오랫동안 유교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언론에 비친 보도 내용을 보면 후보들이 내건 정책에 대한 분석은 별로 없고 후보의 일상이나 그들이 한 말 또는 태도, 소속 정당의 내부적인 문제 등에 대한 보도가 많다.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이러한 내용을 비중 있게 보도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국민은 이 때문에 후보의 역량이나 정책에 대한 접근이 어렵다. 언론의 이런 보도 방향 때문에 정책 대결보다 상대방에 대한 자극적인 말을 쏟아내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 얼토당토않은 변명을 하고 행동에 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려고 발버둥이다.

과연 언론이 주장하듯이 국민이 후보들의 정책에 관심이 없고 가십거리에 불과한 자극적인 해프닝에 훨씬 관심이 많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이러한 것이 증명된 게 얼마 전 경제를 주로 다루는 한 유튜브에서 진행한 두 후보의 인터뷰다. 여당 후보에 대한 조회수는 680만, 야당 후보도 350만이 넘는 조회수를 보였다. 실로 엄청난 조회수다. 연예나 영화 등 대중적인 분야가 아니고 대통령 선거에 나온 후보들의 경제에 관한 생각이나 정책을 묻는 유튜브의 조회수가 양 후보를 합쳐 1000만이 넘게 나온다는 것은 국민이 그만큼 대선후보들의 정책에 관한 관심이 많다는 뜻이며, 한편으로는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라고 불리는 기성언론이 이러한 부분을 충족시켜 주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선거 때마다 정책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정작 언론을 통해서는 후보들의 정책을 제대로 알 길이 없다. 정책을 보도하더라도 그것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기사 또한 접하기가 쉽지 않다. 개인의 사소한 일탈이나 말실수는 심층보도하면서 정책에 관해서는 후보자가 발표하는 내용을 옮겨 적을 뿐 그것이 실현가능한 것인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등에 대한 분석보도는 찾기 어렵다. 게다가 사실관계에 대한 정확한 확인 없이 누구누구가 이런 말을 했다는 식의 보도도 차고 넘친다. 어차피 그 말을 한 것은 사실이니까 허위보도는 아니겠지만 말한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검증도 없다. 독자들이 알고 싶은 것은 누가 어떤 얘기를 했는지가 아니라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에 달려있음에도 말이다. 그래서 이를 보면 기자들이 제 생각을 남의 입을 빌려 보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도 비난은 자신이 아닌 후보들을 향하도록 말이다.

선거는 앞으로 어떠한 정치를 하겠다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내건 정책에 대한 공약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인지를 검증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그 사람이 공직에 있어서 과거에 어떤 제도나 정책을 실현했고 어떤 정책엔 반대했는지에 대한 내용이 별로 없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후보자가 가진 과거의 역량과 이를 통해 실천하려고 하는 미래의 비전을 통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해야 함에도 말이다. 후보가 되고 난 뒤 가십거리 정도에 불과한 지금의 행동을 문제 삼아 이것이 침소봉대돼 당락이 좌지우지되는 선거가 돼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정책보다 가십거리에 국민이 더 흥미를 느끼기에 그러한 보도를 많이 할 수밖에 없다는 언론의 변명은 기자 자신들의 수준이 아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