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산에 오른다. 겨울이라 잎은 다 떨어졌지만 나무들이 빽빽하다. 저 많은 나무를 언제 다 심었을까? 저렇게 많은 나무들도 한 그루씩 심어서 늘어났을 것이다. 나무가 아무리 많아도 산불이 나면 순식간에 다 타서 재로 변한다. 행복은 이루기 어렵고 불행은 눈 깜짝할 사이에 덮친다.
저녁 먹을 때마다 소주잔으로 한 잔씩 마신다. 내가 담근 보리수 술이다. 건강을 위해 한 잔 이상은 마시지 않는다. 술도 산불처럼 몸을 순식간에 망가뜨리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 마실 때는 좋지만 자꾸 쌓이면 눈사태만큼이나 위험하다.
막걸리는 순하기 때문에 두 병 이상을 마신 적이 있다. 나중에 머리가 아파서 된통 고생했다. 두통은 나를 살리기 위한 몸의 자구책이니 감사한 일이다. 만약에 아프지 않았다면 더 많이 마셨을 것이다. 뒤탈 때문에 막걸리도 한 병 이상은 마시지 않으려고 경계한다. 매일 소주잔으로 한 잔씩만 마셔도 적지 않은 양이다. 소주잔이 약 70㎖니까 한 달 동안 마시면 2ℓ 정도 되는 페트병 하나를 비운다. 하루에 페트병 하나 분량의 소주를 다 마신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자신이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매일 조금씩이라도 실천해 나가야 한다. 한 번에 많은 양을 하면 며칠은 가능할지 몰라도 오래 계속하기는 어렵다. 전문 약초꾼들은 독초에 몸을 적응시키기 위해 처음에는 티끌만큼 먹어보고 그게 적응이 되면 좁쌀만큼 먹고 차차 양을 늘려나간다. 나중에는 엄지손가락만큼 먹어도 아무렇지 않다고 하니 습관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책 한 권을 하루에 다 읽기는 힘들지만 한 페이지를 읽는 것은 어렵지 않다. 원고지 300매를 하루에 다 쓰는 것은 작가도 어렵다. 그러나 A4 용지 반 장 정도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쓸 수 있다. 날마다 계속하면 넉 달 뒤에는 동화책 한 권 분량이 채워진다.
어렵고 힘든 목표일수록 조금씩 쪼개서 해야 한다. 산을 통째로 옮기는 것은 어려워도 한 포대씩 나르면 언젠가는 다 무너뜨릴 수 있다. 작은 것이라도 나쁜 일을 계속하면 나중에는 집만큼 커진 불행이 내 머리 위에 떨어지고, 작은 것이라도 좋은 일을 매일 해나가면 행복이 산더미만큼 커져서 돌아오게 된다. 날마다 일기 한쪽, 책 몇 페이지, 줄넘기 몇 번, 훌라후프, 동네 한 바퀴 돌기, 윗몸 일으키기, 천원 모으기, 머리 두드리기, 혀 돌리기, 감사하기 등 조금씩이라도 실천해서 좋은 일은 엄청나게 많다. 음주, 담배, 과식, 불평하기, 과속, 간편 음식, 스마트폰 많이 보기 등 조심하고 멀리해야 할 일도 미세먼지만큼이나 주위에 널려 있다. 어느 것을 취하고 어느 것을 버리느냐에 따라 내 인생이 달라진다.
취미가 인터넷 바둑인데 몸에 딱 붙어버려 끊기가 어려웠다. 게임을 오래 하면 눈에도 좋지 않고 책 읽거나 글 쓸 시간을 빼앗아 가니 줄여야만 했다. 나 혼자라면 어떻게든 끊겠는데 주위에 바둑 두는 사람들이 있어서 인간관계를 단절할 수가 없으니 난감했다. 여러 방법을 써 보았지만 제일 효과적인 게 역시 글이었다. 모니터 옆에 ‘눈보호’라고 써 붙여 놓고, 다이어리에도 첫날은 ‘눈건강 1일’, 다음 날에는 ‘눈건강 2일’이라고 써서 안 하는 날을 늘려나갔다. 혹시 변심(?)할 것을 대비해서 카톡으로 꼭 지키자는 문구를 써서 보내고 지갑 안에도 뭐라고 써 놓았다. 삼중 사중으로 글을 써서 나를 포위해 놓으니 유혹하는 마음도 어쩔 수 없이 손을 들고 말았다.
글의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치자. 알람을 안 맞춰 놓고 자면 제 시각에 못 일어날 수 있지만, 수첩에 쓰고 머리맡에도 크게 써 놓으면 알람이 없어도 대개는 눈이 떠진다.
글은 알라딘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주인의 소원을 들어준다. 이 행운의 요정을 쓰느냐 마느냐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바라는 소원을 눈에 띄는 곳마다 빼곡하게 써 놓고 소주잔 하나 만큼씩이라도 꾸준히 실천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꼭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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