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문화 분야 3대 공공기관의 수장이 바뀌었다. 시는 부산문화회관 대표이사에 이정필 경상북도도립예술단 상임지휘자,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에 이미연 전 부산문화재단 생활문화본부장, 영화의전당 대표이사에 김진해 경성대 예술종합대학장을 어제 임명했다. 3명의 신임 기관장들은 예술분야 전문성과 행정능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기관은 지역 문화·예술 활동의 대표적 거점으로 부산을 아름답고 창의성 높은 도시로 가꾸는 데 앞장서는 곳이다. 하지만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내홍, 통폐합 문제 등으로 어수선한 모습을 보여 과연 제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 든다. 새 대표들은 명확한 경영철학으로 조직을 재정비하고 ‘부산다움’을 구현하는 문화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부산문화회관은 지난해 7월 이용관 전 대표이사가 직위해제 된 뒤 6개월 넘게 수장 공석 사태가 이어져 노사 간 신뢰 회복, 조직 개편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 전 대표는 2018년 12월 취임 후 직원들과 갈등을 빚다 보니 조직 화합에 어려움을 겪었다. 기획공연의 성과보다는 내부 불협화음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관객과 함께하는 기회가 줄어든 만큼 시민의 문화 갈증을 해소할 다양한 현장 활동이 필요했으나 기대에 못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필 대표는 조직의 갈등을 제대로 진단하고 개선해 구성원들이 성취감과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오는 2024년께 개관하는 부산오페라하우스와 부산국제아트센터와의 역할 분담, 운영 차별화 같은 현안을 해결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부산문화재단은 문화 컨트롤타워로서 2009년 출범했으나 시의 위탁사업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산연구원과 기능 중첩을 우려해 재단의 역할을 지역 예술인 창작과 복지 지원으로 한정하고 있으나 문화·예술전문기관으로서 정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연 대표는 부산연구원과 협의를 통해 문화정책 기능 확대를 강화하고 조직을 활력있게 운영할 방안도 빠른 시일내에 내놓아야 하겠다. 부산문화재단 구성원들은 인사적체 문제가 심각하고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전당은 부산을 아시아 영상산업 중심도시로 만들자는 목표로 설립된 기관으로 시 영상콘텐츠문화·산업 예산 중 운영비를 가장 많이 쓰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전용관으로 지어졌지만 그 역할이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시는 2018년부터 BIFF와의 통합을 추진했으나 코로나19 사태와 내부 이견 등으로 논의가 중지된 상태다. 김진해 대표는 기관 내부의 이해관계를 넘어 부산 영상산업·문화 발전을 위해 조직 통합 방향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3명의 신임 문화기관장들이 그동안 쌓아온 전문성과 행정 경험을 발휘해 부산 문화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