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가 내일부터 특례시로 새 출발한다.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중간 형태의 새로운 지방자치단체 유형인 특례시는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에 부여하는 행정 명칭이다. 기초자치단체 지위를 유지하면서 광역시급에 해당하는 행정과 재정 자치권한을 누린다. 창원특례시는 일반 시와 차별화되는 법적 지위를 받으면서 위상이 한층 높아진 도시로 거듭나는 셈이다. 2010년 7월 창원을 중심으로 마산·진해 등 경남의 3개 시가 통합해 출범한 창원시의 특례시 승격은 해당지역 주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경사로운 일이다. 부울경 메가시티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기반이 마련된 느낌도 든다.

2020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 따라 창원시와 함께 경기도 수원·고양·용인시 등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 4곳이 같은 날 특례시로 출범하게 됐다. 이 개정안에는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도시와 실질적인 행정수요, 국가 균형 발전 및 지방소멸 위기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정하는 도시에 특례시 명칭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여기서 비수도권 기초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창원시가 특례시로 자리매김 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방 소멸 위기 극복이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로 떠오른 현 상황을 감안한다면 갈수록 인구가 늘어나는 수도권을 벗어난 곳에서 탄생한 창원특례시의 존재가치가 크게 다가온다. 부산과 울산에 이어 부울경 권역을 한데 묶을 수 있는 제3의 거점도시가 생겼다는 의미도 각별하다.

창원시는 인구 100만 명 이상에 면적(747㎢)은 서울(605㎢)보다 더 넓은 데다 지역 내 총생산(GRDP·36조 원)과 수출액(183억 달러)은 광주·대전·대구광역시를 능가하는 대도시다. 그런데 예산(2018년 기준)은 2조7085억 원으로 광주 6조 5138억 원, 울산 5조 8618억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3개 도시 통합 당시인 2010년 49.9%에 달한 재정자립도는 해마다 줄어들어 2018년도에는 42.4%까지 감소했다. 이는 도시 규모상으로는 광역시급 정책을 펴야 하지만 기초자치단체 권한에 묶여 힘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원특례시는 향후 역할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특례시에는 중앙부처가 담당했던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 등 86개 기능과 383개 단위 사무가 주어진다. 이 가운데 ▷지역개발채권 발행권 ▷건축물 허가 ▷택지개발지구 지정 ▷농지전용허가 ▷개발제한구역 지정 및 해제 ▷5급 이하 공직자 직급·정원 조정 ▷지방연구원 설립·등기 등 8개 권한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특례사무 권한과 자율권은 지역 발전을 위한 동력 확보에 요긴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창원특례시가 높아진 위상을 바탕으로 진정한 분권 시대를 여는 지방자치단체로 우뚝 서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