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물가 상승이 심상찮다. 겨울철 인기 과일인 딸기 값이 지난 8일 현재 평년과 비교해 70% 가까이 뛰었고 감귤 값도 20% 이상 올랐다고 한다. 이에 더해 이상기후로 인한 원부재료 가격 상승과 물류대란을 이유로 프랜차이즈 커피, 믹스커피, 햄버거 등 식품 값이 줄줄이 오른다. 특히 설 명절을 앞두고 있으나 소고기, 계란 등 농축산물 가격은 고공행진을 멈출 기미가 없다. 정부는 오는 28일까지를 설 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역대 최대 규모인 성수품 20만4000ｔ을 공급한다고 어제 밝혔다. 부산시도 오는 30일까지 물가대책 특별팀을 운영해 가격담합을 막고 원산지표시 점검을 하기로 했다.

이처럼 밥상물가가 치솟으면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수입은 주는데 지출이 늘어나니 당연한 일이다. 지난해 3분기 국민소득을 보면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기 대비 0.7% 감소했다. 돈을 쓸 여력이 줄어들어 실질 구매력이 낮아졌다는 뜻이다. 정부가 올해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2.2%로 제시했으나 목표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당초 1.5%로 예상했던 연간 물가 상승률을 두 차례 수정해 2.4%로 높였다. 결국 이마저도 지키지 못하고 지난해 물가 최종상승률은 전년 대비 2.5%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물가 상승 폭은 대선 이후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부가 1분기에 인상을 미룬 전기·가스료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오는 4월과 10월에 전기료를 약 10.6%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오는 5월, 7월, 10월 세 차례에 걸쳐 가스요금 16.2%를 올리기로 했다. 여기에 유류세 인하는 오는 4월 종료된다.

대외적인 여건마저 녹록지 않다. 미국과 독일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의 물가가 최근 크게 뛰었다. 카자흐스탄의 유혈 폭동은 결국 가스값 폭등탓이다. 환율도 비상이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200원대까지 치솟았다. 원자재와 제품 등을 수입하는 우리 경제 구조상 수입 물가가 오르면 전체 물가 상승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미국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조기에 인상하고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뿐만 아니라 대차대조표 축소를 빠르게 추진하기로 하면서 세계 경제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서민이 겪는 고통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집세는 오르고 대출 이자 부담도 늘어났다. 앞으로 금리는 더 오를 전망이다. 오는 14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현재 1%인 기준금리가 1.25%로 0.25% 포인트 인상될 수 있다. 물가 불안은 고소득층보다 저소득 서민층에 더 큰 부담이 된다. 설 명절이 다가온 만큼 정부는 가동할 수 있는 행정력을 총동원해 세심하게 시장을 점검하고 주요 품목의 수급 대책을 선제적으로 수립해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