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들의 정책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내일 ‘이재노믹스(이재명+이코노믹스)’로 명명한 경제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수도권 광역교통 공약을 내놨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 폐지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평등수당’을 도입하겠다고 한다. 공약이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필요성과 함께 실현 가능성을 지녀야 한다. 실현 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 기준은 재원 대책이다. 이런 요건의 구비 여부에 따라 공약의 점수가 달리 매겨진다. 후보의 점수다.

이 후보는 어제 “부담 능력과 선호에 따라 선택 가능한 공공주택을 다양하게 공급하겠다”는 부동산 공약을 발표했다. 토지를 공공이 소유하는 ‘건물분양형’, 주택가격 상승분을 공공과 공유하는 ‘이익공유형’ 등 다섯 가지 모델을 그 선택지로 제시했다. 그는 ‘고금리·변동금리’ 대출을 ‘저금리·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전환 프로그램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주거 문제가 국민의 최대 걱정거리로 불거진 데다, 금리 인상기를 맞아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귀가 솔깃할 만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막대한 재정 투입과 민간 금융기업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성사를 장담하기 어렵다. 실현 가능한 근거 없는 공약은 헛된 약속일 뿐이다.

윤 후보는 1기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을 연장하고, 2기 GTX 노선 3개를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수도권에 30분 내 서울에 출근하는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역 주변에 주택 25만 가구를 공급하는 방안도 내놨다. 총 17조6440억 원으로 추산되는 사업비 중 3조~4조 원을 국비로 보조하고, 나머지는 민간자본과 1만~2만 호 규모의 역세권 콤팩트시티 개발수익으로 충당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공약을 실현하려면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년)을 대폭 수정해야 해 가능할지 의문이다. 비수도권 대책 등 균형발전 비전이 전제되지 않아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안 후보와 심 후보의 공약 역시 예외가 아니다. 안 후보의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공약은 다수 국민의 오랜 숙원이기도 하다. 현재 생계·의료·주거·교육 등 주요 급여 중에 의료급여에만 부양의무자 기준이 남아 있다. 연간 최소 3조 원에서 최대 5조 원으로 추산되는 재원 부담 때문에 문재인 정부도 완전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한 발짝 물러섰다. 심 후보의 평등수당 도입 공약에도 많은 재원이 들 것으로 보인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지난해 8월 기준으로 156만7000원에 달해서다. 얼마를 지급해야 평등을 기할 수 있을지 기준 설정도 만만치 않다. 공약(空約)이란 지적을 받지 않으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실현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