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10월 21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 시행 이후 스토킹 피해 신고가 전국적으로는 4배 이상 증가했고, 부산도 전년도에 비해 8배 이상 증가했다. 스토킹 범죄에 대해 최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고, 흉기나 위험 물건을 휴대·이용하면 최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등 처벌이 한층 강화됐다.

경찰청도 ‘스토킹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 시행 중이고, 스토킹 범죄현장 대응력 강화 대책도 발표했다. 스토킹의 위험성 과 그 정도를 주의 위기 심각 3단계로 파악하고, 단계별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특히 심각 단계로 판단되면 경찰은 피의자를 추적 검거하고, 스토킹 범죄자를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가두는 잠정조치 4호와 구속영장을 반드시 신청하도록 했다.

그러나 개선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먼저 최근 스토킹 신고와 신변보호 요청이 폭증하지만 똑같은 인력과 똑같은 조직으로 대응하고 있다. 따라서 급증한 치안수요를 뒷받침할 인력 예산 장비 등 경찰의 대응 체제가 총체적으로 확충돼야 한다.

둘째 ‘스토킹 처벌법’이 오랜 논란 끝에 만들어지긴 했지만, 스토킹의 실효적인 예방 및 제재 수단이 아직 미진하다는 것을 현장 경찰관들이 실감하는 것 같다. 사건 발생 초기에 가해자에 대한 실효적 제지 및 피해자의 위해 방지를 위한 강제성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는 ‘반의사 불벌 조항’이다. 법은 스토킹 범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함으로써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가해자가 처벌을 피할 수 있다. 스토킹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스토킹의 재발 위험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반의사불벌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

넷째, 이 법에서 긴급응급조치나 잠정조치는 그 보호 범위를 스토킹 행위의 상대방이나 피해자로 한정하고 있다. 행위의 상대방과 밀접한 사람 전반에 대한 보호가 배제돼 있고, 행위 대상의 동거인, 가족에 대한 보호 조치까지도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 그러나 스토킹 사안에서 가·피해의 양상은 다양하므로 상대방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보호 조치의 내용을 확대하거나 개방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12월 11일 여성가족부는 ‘스토킹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가해자 ‘처벌’에 치중해 피해자 보호 부분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별도의 법률을 제정해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가능하도록 보호·지원 체계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스토킹 피해자보호법(안)’에는 피해자 등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조치로 피해자 보호명령제도나 신변안전조치에 대한 내용이 반영돼 있지 않다.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신변안전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신고 없이 직접 법원에 보호조치를 청구할 수 있는 피해자 보호명령제도의 도입도 필요하다. 경찰의 스토킹 대응 매뉴얼은 피해자 보호를 위한 대응보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대응 즉, 수사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스토킹 피해자 보호와 지원 관련 내용도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한국지방자치경찰학회장·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