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 그 자체였다. 제1야당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이야기다. 퇴각을 하더라도 질서 있는 퇴각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렇지 않았다.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하락에 책임을 공감하며 한마음으로 사퇴를 결의한 모양새가 아니었다. 휩쓸려가듯이 너도 나도 사퇴했다. 국민의힘 선대위는 1월 3일 오후 상임선대위원장, 공동선대위원장, 총괄본부장을 비롯해 새시대준비위원장까지 윤석열 후보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고 발표했다. 원내대표단도 사퇴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사퇴 여부를 둘러싸고 한때 혼선이 일기도 했다. 이런 과정 자체가 지금 제1야당의 상황이 어떠한지를 보여준다. 한마디로 중심이 없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다.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야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릴 수 있다. 국민의힘이 선대위를 대개편 할 수밖에 없게 된 원인이 한 가지는 아니다.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럼에도 핵심 원인은 있다. 윤 후보를 적극 지지하는 이들 중에는 ‘이준석 대표’를 핵심 원인으로 꼽는 이가 많다. 이 대표가 후보를 돕지 않고 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하는 등 자기 정치를 한 것이 윤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한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진단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결론은 ‘이준석 비판’ 나아가 ‘대표 사퇴’ 주장으로 이어진다. “너무 일찍 출세해서 감당을 못하고 있다” “방송병에 걸렸다”는 비판이 나온 배경이다.
그렇다면 이 대표가 사라진다면 윤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갈까. 이 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한 것은 잘못한 일이다. 경솔했다. 당 대표라는 직이 갖고 있는 중요성을 과소평가한 행동이다. 비판받아 마땅하다. 잦은 언론인터뷰를 하면서 선대위나 윤 후보를 비판한 대목도 잘한 일이 아니다. 무게감 있게 행동했어야 했다. ‘선대위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충격요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고 해도 합리화되지 않는다. 이 대표의 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러나 윤 후보 지지율이 하락한 결정적인 원인이 이 대표 때문은 아니다.
윤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한 결정적인 원인은 말실수, 비전 미흡 등 자신에게 있다. 그리고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 줄 시스템을 만들지 않았던 것에 있다. 한마디로 “내가 다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 시스템을 존중하지 않은 행태가 지지율 하락을 불러온 결정적인 원인이다.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이 상징적이다. 윤 후보는 기자회견 전 김 씨와 통화하면서 “늦지 않게 와라”는 말만 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 기자회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하지 못한 발언이다. 기자회견 준비 자체도 배우자 김 씨가 알아서 하도록 했다. 그 결과가 지난 기자회견이었다. 최소한 선대위 핵심인사나 메시지 전문가 등의 조력을 받아 메시지 내용이나 태도, 형식 등에 있어서 수준 높은 사과 기자회견이 되도록 했어야 했다. 윤 후보는 진작 불거진 이 문제를 호미로 막을 수 있었는데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오만과 오판 외에는 설명이 안 된다.
윤 후보도 이를 인식한 듯 1월 1일 국민 앞에 큰절을 하면서 쇄신 의지를 다졌다. 뒤이은 선대위 전면개편으로 쇄신 환경은 만들어졌다. 문제는 쇄신 조건이다. 그냥 사람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선 노선과 방향에 대한 재검토가 따라야 진정한 쇄신이다. 이것은 후보의 일정과 메시지로 표현된다. 후보가 어떤 곳을 방문할 것인가 하는 문제 그리고 그곳에서 어떤 메시지를 낼 것인가이다. 또 후보가 이렇게 만들어진 시스템을 신뢰하고 따라야 한다. 즉흥적인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제되고 조율된 전략적인 메시지를 내야 한다. 후보가 권한의 분산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불어 전략의 기본축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역연합인지, 세대연합인지, 수도권 중심인지 등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기본적인 것은 후보의 말실수를 줄이는 것이다. 사전에 사안에 대한 충분한 숙지와 소통이 요구되는 이유다.
대통령 선거가 두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국민의힘은 제대로 체제를 정비해 내용 있게 대선을 치를 수 있을까. 새는 두 날개로 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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