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제가 전면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초만 해도 제도 자체를 알지 못했던 시민이 이제 자치경찰이라는 말을 그리 낯설어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생활공간에서 체감하기가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이는 ‘일원화 자치경찰제’의 한계에 기인한다.

경찰법에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사무를 따로 구분하고 있으나 여전히 현장에서는 국가경찰이 이전과 같은 제복을 입고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자치경찰 시대를 느끼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다소 불완전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자치경찰제도는 창설 후 76년간 이어져 온 국가경찰체제의 대변혁이며 경찰의 선진화를 바라는 시대의 요구이다. 지역 치안의 주체가 국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옮겨가고 있다. 조직구조상의 유일한 변화는 자치경찰위원회의 신설이다. 부산시자치경찰위원회는 시장 소속의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등 생활밀착형 경찰업무 즉, 자치경찰사무에 대해 부산경찰청장을 독립적으로 지휘·감독한다.

자치경찰제는 ‘처음 가는 길’이다. 아직은 미약한 변화의 물줄기를 도도한 흐름으로 바꿔놓을 책임을 자치경찰위원회가 맡았다. 자치경찰의 미래는 대내외 환경에 따라 다양한 모형과 경로를 상정할 수 있겠으나 지향해야 할 가치와 방향성을 정립하여 업무추진의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첫째, 자치경찰은 늘 시민을 바라본다. 7인의 자치경찰위원들은 경찰이 아닌 시민이다. 정책을 수립·시행할 때도 이해관계자 간 가치 충돌을 조정하는 과정과 공감대 형성을 중시한다. 시민의 참여 기회를 확장하고자 전문가 자문단과 소통단을 운영하며 온라인 소통창구도 열어두고 있다.

둘째, 자치경찰은 연결을 촉진한다. 경찰법 제안 이유에서도 지방행정과 치안행정의 연계성 확보를 제시한다. 현대사회의 복잡계에서 불거지는 문제는 어느 한 기관만의 대처로 해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모든 관계기관과의 협업을 반기며 실무협의회를 폭넓게 운영하고 있다. 일선 구·군에 자치경찰과 연계할 ‘24시간 현장대응팀’ 구축을 역설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셋째, 자치경찰은 민주성을 강화한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경찰행정에 접목하며 정치적 중립성을 준수한다. 시장은 자치경찰 예산을 수립하고 시의회는 감사를 통해 견제한다. 자치경찰위원회는 소관 사무를 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처리하여 독임제 행정의 폐단을 차단한다. 또한 사회는 더욱 포용적이고 개방적으로 변화할 것을 확신하며 지역공동체의 치안 문제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해 의제를 설정하고자 한다.

넷째, 자치경찰은 질문에 집중한다. 어떤 사회문제가 흘러 하류에 이르면 치안 문제로 변하기 일쑤다. 이를 현상으로만 이해하면 대증요법에 그친다. 자치경찰은 치안행정과 지방행정을 결합한 종합행정으로 하류보다 상류에서, 사후보다 사전에, 증상보다 원인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다섯째, 자치경찰은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 예컨대 아동학대는 경찰, 구·군청,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이 긴밀한 협업으로 일련의 과정을 진행해야 하는데 최근 신고 건수가 급증해 과부하가 걸렸다. 자치경찰위원회는 아동학대전담 보조 인력을 지원함으로써 사례관리를 내실화하여 재학대 발생률 하락을 꾀하고 있다. 지역 치안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여섯째, 자치경찰은 지역사회의 일원임을 인식한다. 태어나서 자란 곳, 나와 가족이 살아가는 우리 동네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자부심을 가진다. 부산의 초고령화, 청년인구 유출, 출산율 저하 등 지역사회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2030 세계박람회 유치 등 지역발전의 비전도 지역 치안의 관점에서 공유하며 능동적 역할을 모색한다.

끝으로 자치경찰은 미래지향적이다. 자치경찰사무는 기본적으로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는 예방경찰 분야다. 사물과 현상의 과거와 현재를 점검하여 미래를 예측하고 개선을 도모하며 그 개선이 지역사회의 공동선에, 시민의 안전과 행복에 어떻게 얼마나 기여할 것인지를 탐구한다.

자치경찰은 기존 경찰 그 너머를 내다본다. 이제 자치경찰이 있는 세상이 자치경찰이 없는 세상을 과거로 밀어내고 있다.

부산시자치경찰위원회 자치경찰관리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