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사람들은 달라진 일상에 (좋든 싫든) 적응하며 저마다의 태도로 살아간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를 창출하기 마련이라 불안이 가증되는 상황에도 새로운 것들은 넘쳐난다. 그 속에서 무엇을 취하고 버릴지는 언제나 중요한 화두다. 내 앞에 놓인 여러 기회 중 무엇을 잡을지 늘 고민한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일하는 시간이 줄면서 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고민이 늘었다. 퇴사 후 취업하지 않겠다고 맘 먹은 지도 5년이 흘렀다. 그사이 퇴사는 유행이 되었고 N잡러, 디지털 노마드, 부캐, 크리에이터가 각광받고 있다. 한편에선 여전히 취업을 준비하는 게 일반적이고 안정적인 노동의 루트고 거기에서 벗어나는 건 불안정하고 개선할 문제로 비친다. 부모님은 그래도 안정적인 직장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묻고 나는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겠다고 대답한다. 그렇게 궤도를 이탈해 살아온 2021년을 반추해본다.

올해는 1인 출판사로서 네 권의 책을 펴냈다. 교정과 교열, 편집 디자인, 제작 감리, 홍보와 유통, 인세 정산에 세무까지 혼자 다 했다. 누군가는 이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진실을 말씀드리자면 겨우 구멍가게 수준으로 출판사를 연명하고 있다. 영업의 ‘ㅇ’도 모르지만 혼자 사업자를 내고 여러 책을 출판한 건 주변의 도움이 컸다.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글벗이, 독립출판을 함께 한 동료가 내 출판사의 저자가 되고 지원군이 되었다. 간혹 지역의 작은 출판사를 검색해 부러 문을 두드려준 저자도 있었다. 비록 출간한 책이 얼마만큼 팔렸느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순 없지만 애써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하겠다.

올해로 글 쓰는 사람으로 4년, 책 만드는 사람으로 2년째 살고 있다. 글쓰기와 출판을 제법 좋아하고 즐기는 중이다. 한 권의 책을 만드는 전 과정을 ‘편집’이라고 할 때, 시원찮아도 편집자로서의 삶에 만족도가 높다. 편집의 여러 과정 중 교정교열과 책의 물성을 아름답게 빚어내는 디자인을 좋아한다. 이런 일을 할 땐 더 잘하고 더 알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혔다.

반면에 출판사를 경영하는 일은 싫어하는 편이다. 출판사도 사업이고 사업은 지속적으로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 자본이 없으니 공공기관의 지원사업을 따내어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이를 위해 해야 하는 엄청난 서류작업은 글을 쓰거나 책을 편집하는 것만큼이나 시간을 잡아먹고 에너지가 들지만 결코 즐겁지는 않다. 신고와 납세의 의무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있어 세무적인 부분은 특히 더 까막눈이라 이런 일을 해야 할 때마다 고역이다. 최근에는 가입하지도 않은 고용보험료가 날아와서 그 경위를 살펴보니 세금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내 탓이었다. 그걸 경정하기 위해 세무서에 문의하고 직접 방문해 신고서를 작성하는데 눈앞이 뿌예지기도 했다. 그럴 땐 바보 같다는 생각으로 절망에 잠겼다.

마음 같아선 전문가에게 맡기고 싶지만 영세한 청년 사업자에게는 사치다. 분업이 가능한 회사와는 달리 1인 사업자는 모든 걸 혼자 처리해야 하므로 여기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다. 사업의 전부를 온전히 책임지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겠다고 해서 말 그대로 좋아하는 일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에는 언제나 하기 싫은 일이 함께다. 때론 그것이 절망을 가져다 주지만 열망이 있기에 절망도 있는 법. 출판하는 일은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닌 내가 원하는 책을 만드는 게 좋은 것이다. 그러려면 귀찮고 막막한 일도 해야 하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김밥에서 싫어하는 재료만 쏙 빼고 먹는 건 왠지 폼이 나지 않으니까.

어떤 일이든 양면성이 존재한다. 열망과 절망은 한 세트고 그건 내가 안고 가야 할 책임이다. 뭐든 정답은 없고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다는 귀결로 이어진다. 이런 상투적인 진리가 때론 전부다. 때문에 힘들어도 내 일을 좋아한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바람이 있다면 내년에도 계속해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잘 먹고 잘 살고 싶다. 우리 모두가 그랬으면 좋겠다.

작가·‘일 인분의 삶’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