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호이자 시성 헤르만 헤세는 평소 정원을 만들고 돌보는 즐거움에 충만해 주옥같이 빛나는 불멸의 작품을 남길 수 있었다고 한다. 그에게 정원은 문명에서 벗어난 하나의 성소 같았다.

지구상에는 국가나 민족을 대표하거나 상징하는 개성 넘치는 다양한 형상의 정원 양식이 오래전부터 전해오고 있다. 이들 정원은 하나 같이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정치·경제·사회적 여건과 시대상이 투영돼 다듬어지고 발전된 산물이다.

2013년 전남 순천에서 다소 생소한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렸다. 우리와 가까운 지역의 소도시 순천에서 이렇게 미래지향적이고 훌륭한 박람회를 기획한 것이 필자는 놀랍고 부러웠다. 박람회가 끝나고 순천만정원이 대한민국 국가정원 1호로 선정된 이래, 정원에 대한 일반적 관심은 날로 상승기류를 타고 오늘에 이르렀다. 이같이 특별하고 기이한 현상은 우리나라의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반작용으로 풀이하는 학자가 많다.

자연에 대한 본능적 경외심은 정원 문화의 태동과 발달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지금처럼 정원에 관한 현상은 일찍이 유례가 없었다. 과거에는 정원이 개인의 전유물이었지만, 지금은 많은 이가 공유하며 즐기는 일상적 쉼터가 되었다. 각박한 도시 환경과 생활에서 지친 심신을 치유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역할을 정원이 감당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정원은 물질 만능과 정신적 결핍으로 쇠약해진 작금의 시대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하고 확실한 백신으로 평가받는다.

남강을 품은 역사 문화의 고장 진주는 태생적 기본 골격이 국내 어떤 도시보다 건강하고 준수하다. 자연환경이 풍요롭고 수려한 전원도시에 매력적인 국가정원이 생긴다면 기대 효과는 배가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진주는 전통적으로 임업과 원예, 조경수 소재 산업이 발달했다. 이는 전문인력 수급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1910년 개교한 ‘진농’(진주농고-진주농전-진주산업대-경남과기대)과 경상대(경상국립대)가 있고, 산림청 산하 산림과학원 분원과 경남도 산림환경연구원(도립수목원), 경남도 농업기술원 등 관련 기관이 모두 집중돼 있다.

여러 환경 여건을 감안해 볼 때 진주는 국가 차원의 정원이 들어올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게 된다면 부산이 20년 넘게 야심 차게 준비한 ‘100만평 문화공원’과 ‘순천만국가정원’을 잇는 명실상부한 ‘남해안 생태 문화 녹색 관광벨트’로 부상하는 동시에 국가균형발전의 결실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국가적으로나 시대적 패러다임이 회색 인프라에서 녹색과 환경 인프라로 전환되는 중요한 시기에 국가정원이 탄생하게 된다면 지역민을 위해 더 없이 매력적인 여가 및 복지공간이자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환경보호는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 지역에 염원하는 국가 정원이 건립돼 방문자센터가 마련되면 필자가 30년 가까이 지구촌 곳곳을 답사하며 기록한 정원과 관련된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아낌없이 기증해 온 국민과 공유하고 싶다. 오직 그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

전 경남과기대 교수·‘세계의 명품정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