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운전’ ‘나도 나를 믿을 수가 없어요’ ‘빵빵거리면 브레이크 밟습니다’ ‘애기가 타고 있어요’. 운전을 하다 보면 앞 차량 뒤 유리창에 자신의 상태를 알리는 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사고가 나면 애부터 구해주세요’라는 부탁의 말까지 적혀 있다.

그림과 긴 글로 자동차 뒤 유리창은 개인 게시판이 되어가고 있다. 운전자 스스로가 자신의 상황에 양해를 구하는 말들을 통해 메시지를 보낸다. 조심하고 양보해달라는 어찌 보면 부탁과 애교의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정말 초보운전자인지, 아기가 타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운전규칙을 지키지 않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끼어들기는 물론 과속으로 운전하는 상황을 접할 때는 양보하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실 때도 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무분별한 스티커(부착물)는 결국 감정에 호소하는 행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1995년도 당시 도로교통법 제48조에는 “제1종 보통면허 또는 제2종 보통면허를 받은 사람은 그 면허를 받은 날부터 6개월 동안 운전하는 자동차에 초보운전자 표지를 부착하고 운전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가로 30㎝, 세로 10㎝, 노란색 바탕에 청색 글씨로 ‘초보운전’이라고 표시해야 한다며 모양·규격까지 법에서 제시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이후 1999년도에 폐지되고 초보운전자의 스티커의 규격과 부착은 자율에 맡겼다.

우리나라 자동차는 1903년 고종황제의 의전을 위해 도입된 이래로 차량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운전면허 보유는 일상생활의 기본적인 조건이 되어가고 있다. 자동차 보편화로 삶은 편리해졌지만 소음 공해 교통사고 등 우리가 겪어야 할 리스크도 점차 증가한다. ‘어린이보호구역’ 내의 잦은 교통사고뿐만 아니라 한적한 시골 마을길에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노인보호구역’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자동차가 우리에게 주는 편리와 효율보다 교통사고를 먼저 걱정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음을 느낀다. 때론 자동차가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기 같은 생각마저 들게 한다.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25% 많으며, 사망자는 6.5명으로 OECD 36개국 중 하위권 27위를 기록했다. 또한 자동차 1만 대당 사망자는 1.2명으로 31위를 기록했으며,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보행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한국이 38.9%로 OECD(19.3%) 평균보다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을 볼 때 초보 또는 임산부, 노령층 운전자의 상대적 외부표시 메시지 즉, 알림 스티커는 교통사고 예방에 상당한 효과를 본다고 할 수 있으나 부착의 진정성, 통일감 등에 대한 의문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본다.

외국의 사례를 보자.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 운전 초보자는 교습생을 뜻하는 러너(Learner)에서 따온 ‘L’ 마크를, 미국 뉴저지주에서는 21세 이하 초보 운전자에 대해 차량 번호판에 붉은색 스티커를 붙이도록 했다. 일본은 초보 고령 신체장애 청각장애 등 교통약자에게 세분화된 표지판을 부착하도록 한다. 외국은 서로가 배려하고 안전운전하며 교통사고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이렇게 자동차 부착물을 제도화했다. 도로 위에서 깜빡이 비상등 등 신호는 상대방과의 대화이다. 사고 방지를 위해서는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충실한 대화가 필요하며, 이런 의미에서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스티커 부착은 필수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처럼 정형화되지 않은 제각각의 무분별한 표시 방법은 실효성이 없으며 효과도 떨어진다.

유엔은 지속가능한 발전(SDGs) 목표3에서 ‘모든 연령층의 건강한 삶 보장과 웰빙 증진’ ‘교통사고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와 부상자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세계가 함께 지켜야 할 세부 공통목표로 내세운다. 자동차에 붙여진 초보·노약자의 스티커도 도로교통 표지판 이상으로 중요한 교통 시그널인 만큼 자동차 부착물은 실제 운전자의 상황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 법적 실효성이 주어져서 주변 운전자를 상대로 경각심과 조심, 배려를 유발하는 한편 국내에서 운전하는 외국인도 쉽게 식별할 수 있는, 정형화된 규격과 의미를 담은 메시지 전달 방안이 시급하다.

삼미문화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