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뒤면 코로나 시대의 세 번째 1월을 맞이한다. 코로나가 시작되었던 날로부터 길어도 1년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꽤 긴 시간이 흘러버렸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온·오프라인에는 올해 가을이 오기 전에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란 희망적인 글들이 가득했다. 그런데 지금은 대부분 글에서 희망의 편린조차 쉽게 발견하기 힘든 현실이 되었다. 오미크론과 같은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생성되는 한 어쩌면 조금 더 긴 호흡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지난 2년 동안 많은 것이 멈췄고, 많은 것이 변했다. 특히 청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오프라인 문화 커뮤니티에는 마치 거센 태풍이 한차례 휩쓸고 간 느낌이다. 매력적인 브랜딩을 바탕으로 탄탄한 기존 수요층을 가졌거나, 일정 이상의 자본력을 가진 문화 단체가 아니라면 대부분 포격을 맞은 듯 초토화되었다. 문화 관련 업에 20년 가까이 발을 담그면서 소위 산전수전을 다 겪은 한 지인의 말을 빌리면 정말 질려버릴 정도로 지친다고 했다.

그나마 지난해까지만 해도 오프라인 모임의 생존은 가능했다. 극단적인 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오프라인 커뮤니티 운영자들은 자체 모임을 꾸준히 이어가려 최선을 다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 탄탄한 기획력, 그리고 불타는 열정으로 외부의 자극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려 했다. 그러나 지난 1월부터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이 본격화되면서 외부 자극은 더욱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내부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소수로 인원을 제한해 모임을 지속하려 했으나, 한계점은 명확했다. 그 한계점을 극복하기엔 불타오르던 열정이 사막의 마른 우물처럼 메말라버렸다. 그 결과 즐거운 이상을 꿈꾸던 많은 사람이 냉혹한 현실로 다시 돌아갔다.

지난 2년을 돌아볼 때, 작은 불씨가 꺼지지 않게 해줄 지원정책이 마땅치 않았다. 정부가 보상·지원해주는 기준은 서류상으로 사업자여야만 했다. 대부분 오프라인 모임은 사업자등록 형태가 아니었기에 지원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 뒤늦게 사업자등록을 진행한다고 해도 매출 하락을 증명할 방법이 부족했다. 물론, 문화재단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사업자등록이 안 된 소규모 단체에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늘 그렇듯 수요 대비 공급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특히 올해는 지원을 바라는 수요가 넘쳐나서인지 지원 규모가 상대적으로 더 작은 듯 보였다. 둥지에서 입을 벌리고 먹이를 기다리는 아기 새는 수백 마리인데, 어미 새가 힘들게 잡아 온 물고기는 고작 두세 마리였다. 굶주림에 지친 수많은 아기 새는 직접 먹이를 잡기 위해 강가로 나갔다. 그러나 고기를 잡을 힘도, 강가에 고기도 마땅히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모임 운영자들이 단순히 지원 단체의 도움만 바란 것은 아니었다. 많은 팀이 온라인으로 빠른 전환을 시도하며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려 했다. 어쩌면 소규모 단체들인 데다 청년을 주축으로 운영되었기에 가능한 시도였다. 그러나 현재 주위에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모임을 운영하는 단체는 그다지 많지 않다. 코로나 이전보다 홍보·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온라인 모임이 활성화되지 않은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은 기존 오프라인 모임에서 발현되던 여러 가치가 온라인에서 대체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메말라버린 땅 위에서도 새싹이 자라고, 시린 한겨울에도 꽃은 핀다고 한다. 작은 희망이라면 위드 코로나의 시작과 함께 오프라인 모임들의 웅크린 어깨가 다시 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단체별 SNS에도 오랜만에 새로운 소식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단체는 무려 1년 만에 새로운 게시물이 올라왔다. 비록 최근에 발발한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다시 어깨가 움츠러들 순 있으나, 서로 두 눈을 마주 보며 웃고 대화하는 그 순간들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이라면 언제든 다시 날갯짓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프라인 모임의 운영자이자, 참가자인 한 사람으로서 그날이 되도록 빨리 오길 바란다.

작가·‘우리가 글을 쓴다면’ 저자